사진은 현대 미술에서 가장 주목받는 미술 장르다. 세계 미술을 선도하는 뉴욕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나라에서도 사진전은 연중 전체 전시수의 3분의 1에 달할 정도로 강세를 띠고 있다. 안드레아 거스키,토마스 루프 같은 세계적인 사진작가의 작품은 웬만한 회화보다 비싼 2억∼3억원에 팔린다. 에디션(복제품)이 보통 3∼5점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의 사진작 한 점은 거의 1백만달러에 육박하는 셈이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외국 사진작품이 예술품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회화 조각 같은 미술품은 창작예술품이어서 들여올 경우 신고만 하면 되지만 유독 사진작품은 관세를 물게 돼 있다. 국내 관세법에는 사진이 인쇄물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부가가치세 10%에 관세 3%가 붙는다. 관세가 '수입가격+부가가치세'의 3%여서 결국 사진작품 수입시 14%의 세금을 내야 한다. 얼마 전 사진페스티벌을 열었던 A화랑은 신디 스코를런드,스기모토,다니엘 뷰에티 등 외국 사진작품들을 들여오면서 세금만 1천5백만원을 물었다. 이 화랑 관계자는 "외국 사진작을 국내에서 팔더라도 세금을 구매자에게 전가할 수 없어 화랑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고 밝힌다. 이에 따라 미술계는 법이 현실을 전혀 못 따라가고 있는 데도 주무부서가 법 개정에 미온적인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경성 전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해외에서 인정받는 외국 사진작품이 국내에서는 관세규정 때문에 창작예술품으로 분류되지 않는 것은 문화 후진국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꼬집는다. 관세청 관계자는 "미술계의 이러한 민원을 재경부에 제출했다"며 "그러나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 법 개정을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