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도크(dock) 공정이 필요없는 육상총조립 공법을 개발,곧 육상에서 선박을 건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조선업계가 초긴장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의 육상총조립 공법은 도크 공정을 거치지 않고 대형 상선을 지상에서 건조하는 기술.'배는 도크에서 완성되고 진수된다'는 고정관념을 완전히 깨뜨리게 될 신공법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해양플랜트 제작에 사용돼온 이 기술을 일반 상선 건조 분야에도 적용키로 하고 곧 실제 선박 건조에 활용키로 했다. 이 공법은 플랜트부문의 설비를 활용하는 기술이어서 현재 수주가 집중되고 있는 조선부문의 실질적인 생산능력을 확충하는 효과를 내게 된다. 슈퍼 리프트(Super Lift)로 불리는 육상총조립 공법은 선박을 대형 블록으로 제작,크레인으로 들어올려 완전 조립하는 방식. 건조 후에는 스키딩 공법으로 바지선에 선박을 실어 공해상으로 이동시킨 뒤 바지선을 잠수시키면서 본선을 진수하는 방식이다. 현대중공업은 이 공법으로 이미 34만t급 부유식 원유저장설비선(FSO) 1척과 반잠수식 시추선 2척 등을 건조,사실상의 '임상실험'까지 마친 상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FSO 육상 건조 경험을 통해 앞으로 상선 역시 현대중공업 해양공장과 같이 도크가 없는 곳에서도 건조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비쳤다. 공사기간을 3∼6개월가량 단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작업안전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등의 장점도 갖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해양플랜트 시장이 주춤한 데 비해 상선시장은 향후 2∼3년간 폭발적으로 성장이 예상되는 등 시장변화에 맞게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도 있다. 문제는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이 육상건조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다른 조선업체의 '밥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 올해 수주풍년으로 쌓아놓은 일감을 소화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내년에도 공격적인 수주영업을 펼칠 수 있어 신조선 시장을 싹쓸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연합(EU)과의 통상분쟁 이후 국내 조선업체의 생산설비 확충에 날카롭게 반응해온 유럽 및 일본 조선업체들은 또 한 번의 날벼락을 맞는 셈이다.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경쟁사들도 현대중공업의 이같은 방침에 긴장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지금으로선 도크를 통한 선박 건조가 가장 효율적인 공법으로 현대중공업측의 방식은 수익성이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삼성중공업도 3백t급 이상 대형 블록을 육상에서 조립,도크 내 작업기간을 단축시킴으로써 도크 회전율을 높이는 메가블록 공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완전한 육상건조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최소한 해양플랜트 제작시 조선소 건조 도크를 장기간 차지함으로써 발생하는 시간과 비용의 낭비를 줄이는 효과는 분명히 있다"며 "해양플랜트 사업장 활용도를 높여 수주 부진을 상쇄시키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