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은 '할리우드 액션'과 '소림사 무협영화' 같은 연기대결인가? 미국 뉴욕타임스는 30일 최근 양국이 번갈아가면서 보복 조치를 선언하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여론 무마용 '말싸움'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상대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주는 조치는 하나도 내놓지 않으면서 말 공격만 요란하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최근 중국산에 대해 반덤핑관세와 수입쿼터를 잇따라 부과했다. 산업 단체들이 저가 중국산이 범람해 미국에 실업자가 양산되고 있다고 볼멘 소리를 한 결과다. 하지만 2주간 세건의 보복 조치라는 충격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파장은 거의 없을 전망이다. 수출 제재를 당한 품목들이 중국의 대미 수출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미미한 탓이다. 반덤핑관세를 받은 중국산 철제파이프는 대미 수출 총액 중 0.005%,브래지어 등 수입 쿼터 제한을 받은 의류 세가지는 1% 미만에 해당할 뿐이다. 중국의 응수도 과장된 홍콩 영화 무협술에 불과했다. 의류수입 쿼터 발표 직후 중국 상무부 마슈홍 부부장이 주중미대사관을 항의 방문하고 미국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도 검토하겠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후속 조치는 나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국 마찰이 앞으로도 말싸움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중국 수출액은 앞으로 20여년간 계속 늘어나면서 미국 실업률을 끌어 올리겠지만 미국 기업들도 중국 내수 성장 덕에 혜택을 볼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긴 델 나이키 월마트 같은 업체들이 대중 제재 수위를 떨어뜨리는 조정자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 입장도 마찬가지. 정부 관료 출신 우궈광 홍콩중국대 교수는 "중국 관료들은 사실 무역전쟁에 관심이 없다"고 지적하고 "미국이 더 세게 나오지 못하도록 말로만 화난 척 하는 것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