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쓰레기' 스팸 메일이 기업 생산성을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신종 웜이나 바이러스를 첨부한 스팸 메일이 대량 살포되는 바람에 컴퓨터가 감염되거나 트래픽 과부하로 기업의 메일 서버가 다운돼 업무가 마비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보안 전문가들은 "전세계 바이러스의 90% 이상이 e메일을 통해 전파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인 나라리서치는 스팸 메일로 인한 우리나라의 사회ㆍ경제적 손실이 연간 2조6천억원(지난해)을 초과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국제연합무역개발협의회(UNCTAD)는 올해말까지 전세계 모든 e메일의 50%가 스팸으로 채워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낭비되는 기술자원이 24조6천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 사회ㆍ경제적 손실 e메일은 일반 네티즌들뿐만 아니라 기업간 중요한 의사전달 수단이 되어 주요 생산인프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그런 만큼 스팸 메일 처리문제는 생산성과 직결되고 있다. 기업 메일 서버의 보안이 취약하면 수시로 닥치는 스팸 메일 공습을 당해내지 못해 서버가 다운되거나 메일 송수신이 느려져 업무에 막대한 지장을 주기도 한다. 이같은 피해를 막기 위한 메일 서버의 보안시스템 증설 비용도 만만치 않다. 시장조사기관인 나라리서치가 올해 초 기업과 네티즌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스팸 메일로 인한 우리나라의 사회ㆍ경제적인 손실비용은 연간 2조6천4백5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 상암동 월드컵 경기장 13개를 지을 수 있는 비용이다. 보안전문가들은 "스팸메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종업원 1인당 연간 12만∼13만원에 이른다"며 "대기업이나 인지도가 높은 회사의 경우 기회비용이 몇 배나 늘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 효과적인 대책은 없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현재로선 나날이 지능화되고 있는 스팸 메일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최대한 스팸 메일을 걸러내는 수밖에 없다. 각종 필터링 기법이나 보안 패치 등을 이용해 스팸 메일을 막는게 상책이다. 정보보호진흥원(KISA)은 홈페이지(www.certcc.or.kr)를 통해 발송자 주소를 도용하는 스팸 릴레이의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이를 점검하는 진단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팸의 기법이 교묘해지자 전문적인 차단 솔루션의 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다. 스팸 메일 솔루션 업체인 모비젠 이명규 사장은 "e메일 제목에 포함된 단어뿐 아니라 메일 내용 속의 모든 단어를 추출하고 미끼 메일로 스팸 메일을 걸러내는 차단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팸 메일 전문가들은 "정부에선 통계상으로 스팸 메일이 줄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e메일 사용자들이 느끼는 체감 지수는 다르다"며 "올 하반기 들어 소빅 미메일 두마루 등 e메일을 통해 확산되는 웜으로 인한 피해가 엄청나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최근 스팸 메일 차단 솔루션 업체들은 전반적인 IT(정보기술) 경기 침체 속에서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국내 스팸 메일 차단 솔루션 시장 규모는 1백억원대에 불과해 기업과 공공기관의 스팸 메일 보안 수준은 스팸 확산 속도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스팸 메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수신자가 신청하는 경우에만 e메일을 보낼 수 있는 '옵트인(Opt-in)' 방식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