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바그다드 북부 티크리트 근처에서 지난 29일 오후 5시(현지시간)께 일본 외교관 두명이 무장괴한의 총격을 받아 숨졌다. 이날 스페인 정보장교 8명도 바그다드 남쪽에서 공격을 받아 이중 7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하는 등 이라크 파병국 및 파병 예정국에 대한 이라크저항세력의 공격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군의 이라크파병은 물론 이라크 복구사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군인에서 외교관으로 공격 대상 확대=가와구치 요리코 일본외상은 "영국 주재 일본대사관의 오쿠 가쓰히코 참사관과 이라크 주재 일본대사관의 이노우에 마사모리 서기관이 재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차량으로 이동하던 중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고 밝혔다. 일본 외무성은 "모든 일본인들은 이라크를 떠나라"는 권고령을 내렸다. 이라크에서 일본인이 사망한 것은 지난 3월20일 미국 주도 연합군의 이라크공격 이후 처음이다. 최근 알 카에다 간부를 자처하는 인물이 자위대를 이라크에 파병하면 도쿄 도심을 공격하겠다고 경고한 후 바그다드 주재 일본대사관이 피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현역 군인이 아닌 민간인 신분의 직업 외교관들이 총격으로 숨지자 그 충격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NHK 등 일본의 주요 언론들은 "이번 사건으로 자위대의 연내 이라크 파병이 더욱 어렵게 됐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집중 보도했다. 특히 이라크 내 저항세력은 이라크를 방문하는 국내외 주요 요인들을 표적살해하기 위해 그들의 행적을 밀착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앞으로 외국인의 이라크 방문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재건사업 지연 불가피=지난 8월 바그다드 유엔본부에 대한 차량 폭탄테러와 10월의 국제적십자사위원회(ICRC) 폭탄테러 등으로 이라크 내 국제기구 활동은 크게 위축된 상태다. 더욱이 이번에 사망한 오쿠 참사관은 이라크 연합군임시기구(CPA)에서 일본대표로서 활약해온 재건사업실무 책임자였기 때문에 그 파장은 예상보다 클 것으로 일본 언론들은 분석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이날 대사관 직원 피살사건을 보고받은 후 "일본 정부가 이라크 재건을 돕는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며 "일본은 이라크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책임이 있는 국가로 테러에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일본은 물론 다른 나라들도 이라크 파병 및 재건사업의 일정을 변경하거나 축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뉴욕타임스는 "이라크 내 저항세력은 전후 재건사업에 참여 중인 국가들을 상대로 한 '무차별 보복공격'을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며 전후 복구사업이 불확실성의 늪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