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文喜相) 청와대 비서실장이 30일 한나라당사를 찾아 닷새째 농성중인 최병렬(崔秉烈) 대표와 만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최 대표와의 회담 주선 용의를 밝힘에 따라 성사여부가 주목된다. 물론 최 대표는 "대통령이 특검법 거부 및 재의요구를 철회하지 않는 마당에 지금 만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수용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나라당 박 진(朴 振) 대변인은 "최 대표는 대화는 언제든지 할 수 있으나 국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된 측근비리 특검법안 거부를철회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라며 "그러나 노 대통령과의 대화거부로 해석하지는 말아 달라"고 말했다. 특검법 등 쟁점 현안에 대한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려 당장 성사되기는쉽지 않겠지만 정국 상황변화에 따라선 노 대통령과 최 대표와의 회동을 통한 대타협의 길을 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한 고위 당직자는 "양측이 첨예하게 대치하는 현 단계에서 노 대통령과 최 대표가 만났다고 해서 뾰죽한 해법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면서도 "다만앞으로의 정국상황 변화와 각 당간의 대화, 청와대측의 태도변화 여부가 변수가 될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이에 대한 강경투쟁으로 정국경색과 국회마비 사태가 이어진 만큼 국회에서 재의회부에 합의하는 등 정국변화가 선행되고, 청와대에서도 이번 사태에 대한 유감표명 등 한나라당에 수용여지를 제공할 경우에는 `노-최회동'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다만 최 대표가 그동안 줄곧 특검 거부권 철회를 요구하는 동시에 노 대통령의국정운영 방식을 비판하면서 대대적인 국정혁신을 요구한 만큼 청와대측이 가시적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엔 회동에 응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청와대의 입장에서도 문 실장의 이날 언급이 공식적인 회동 제안을 의미하는 지에 대한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나, "대통령도 대화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인점으로 미뤄 일단 노 대통령의 뜻을 우회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청와대는 회동을 통한 국회정상화 과정에서 `딜'이 이뤄지지 않겠느냐는일각의 관측에 대해서는 부인하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청와대로선 각 정당과의 대화의 여지는 항상 열어놓고 있었으며, 실제 최 대표와 단독 회동도 가진 적이 있는 만큼 이번 제안이 새로운 상황 전개로 받아들여지는데 대해 적지 않게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 특히 특검법 문제, 재신임 문제, 국회정상화, 국정혁신 등에 대한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는데다 노 대통령도 이에 대해서는 이미 방향을 정한 만큼 `회동을통해 주고받는 것은 없을 것'이라는 게 기본적인 인식이다. 특검법 문제와 재신임 문제에 있어 노 대통령이 `철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고 최 대표가 단식농성의 명분으로 내세운 `국정혁신'에 있어서도 청와대 관계자들은 "국면전환용 개각이나 청와대 개편은 없으며, 업무평가 및 필요에 따른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노 대통령과 최 대표의 회담을 앞둔 예비성격이라기 보다는 최 대표에게 국회 정상화를 촉구하는데 좀더 무게가 실린 것"이라며 "회담의 가능성을 열어놓되, 구체적인 제안으로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한나라당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안과 관련, 어정쩡한 타협점을 찾기 보다는 한나라당이 극한 투쟁을 중단하고, 국회를 정상화하는 명분을 마련하는데서 해법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최이락 김범현기자 choinal@yonhapnews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