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신문에서 부동산 데스크를 맡고 있는 탓에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집값에 대해 한마디씩은 질문을 받게 된다. 이제 정말 집값이 떨어지는 것이냐,또 오를 가능성은 없느냐,집은 언제 사는게 좋겠느냐 등등.물론 준비된 정답도 있다. 그 답은 "글쎄요,잘 모르겠는데요"다. 귀찮아서가 아니다. 솔직히 말해 자신이 없어서다. 정부의 메가톤급 대책으로 시장이 일단은 진정되는 국면이지만 집값을 불안하게 만드는 구조적 요인들은 여전히 도처에 널려 있고 지금까지 나온 대책들이라고 해 봤자 모두 그 핵심에서 얼마만큼은 비켜나 있는 것이 사실이다. 누가 뭐라 해도 집값 앙등은 수급 불균형의 결과다. 그토록 완강하게 수급 불균형론을 외면해 왔던 건설교통부도 향후 10년간 1억3천만평의 택지가 필요하다느니,판교만한 신도시를 20개 이상 건설해야 한다느니 하면서 공급부족을 자인하고 있다. 주택시장 수급 불균형이 초래하는 너무나 뻔한 결과는 공급 주체들의 '잇속 챙기기'다. 공급이 부족한 시장에서 공급자들이 가격결정권을 쥔다는 것은 긴 설명이 필요없다. 쉽게 말해 주택업체들이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가격 장난질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가 오랫동안 시장 원리를 거스르면서까지 아파트 분양가를 규제해 온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파트 분양가를 규제할 어떠한 장치도 없다. 결국 아파트 분양가는 지난 98년 자율화 이후 평균 5배나 뛰었다. 집값 거품은 과도한 분양가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의 근거다. 실제로 최근 2년간 아파트 분양시장은 '대박 터뜨리기' 게임과 별반 다를게 없었다. 어느 업체는 어디서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수천억원의 순익을 남겼다느니,어느 업체는 원가의 두배 가격으로 아파트를 분양했다느니 하는 말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돌았다. '어떻게 작은 건설업체 부사장이 1백억원에 가까운 비자금을 빌라에 쌓아둘 수 있었을까' 하는 대답도 거기에 있었다. 이처럼 분양가에 거품이 많다 보니 상황에 따라서는 하룻밤 새 분양가가 평당 수십만원씩 조정되는 일도 다반사다. 지난 8월 경기도 용인지역에서 아파트 공급에 나선 업체들은 분양가가 너무 비싸다는 여론이 비등해지자 분양 하루 전날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분양가를 평당 수십만원이나 내렸다. 최근 경기도 파주에서 분양된 아파트들도 지방자치단체와 실랑이 끝에 최고 평당 50만원씩 분양가를 내렸다. 업체들이 그동안 얼마나 분양가를 부풀려왔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고무줄 분양가'라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일부 사업자들은 공공택지를 분양받자마자 수백억원의 웃돈을 받고 다른 업자에게 팔아넘기기도 한다. 그래서 생긴 말이 '로또 택지'다. 이 로또 택지는 추첨을 통해 공급되고 당첨만 되면 수백억원이 보장된다. 문제는 택지 전매 과정에서 지불된 웃돈이 분양가에 포함돼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된다는 점이다. 이런데도 정부는 팔짱만 끼고 있다. 시장경제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장경제도 수급이 자율적으로 조정될 수 있는 상황에서나 가능한 말이다. 흔히 말하는대로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에서 주택은 한정재에 가깝다. 정부가 일정 부분 책임을 지고 시장기능 조절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적어도 정부가 공급하는 공공택지 부문에서만이라도 통제가 필요하다. 주택사업자들도 각성이 필요하다. 더 이상 '집장사'라는 말을 들을 수는 없다. '노가다'가 아니라 "좋은 집을 싸게 공급한 기업인"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하루빨리 상도(商道)를 회복했으면 한다.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