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한 중동평화 `로드맵'의 대안으로 비공식 대표들이 마련한 `제네바 구상'이 1일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등 700여명의 세계 지도자들이 모인 가운데 공식 서명식을 갖고 출범한다. `제네바 구상'은 끊이지 않는 유혈충돌과 이스라엘측의 `보안 장벽' 설치 등으로 로드맵 이행 전망이 암울해지자 이스라엘 좌파 정치인들과 팔레스타인 지도급 인사들이 스위스의 도움을 받아 마련한 것으로 분쟁과 관련된 모든 주요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팔레스타인 대표 아니스 알-카크는 이에 대해 "협상의 성과를 보여주는 최초의구체적 계획"이라고 평가했다. 비공식으로 진행돼 온 제네바 구상 협상을 재정적으로 지원해 온 미슐랭 칼미-레이 스위스 외무장관은 이날 제네바 구상 서명식을 총괄하는 것을 비롯, 이 구상의보호자 역할을 맡게 된다. 50쪽으로 압축된 제네바 구상은 요르단강 서안의 97.5%를 차지하는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 예루살렘 주권 공유 등을 담고 있다. 그러나 380만명의 팔레스타인 난민 귀환권 유보 등 핵심 내용은 이미 많은 팔레스타인 분파들로부터 완강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으며 팔레스타인 지도부도 미온적인지지를 보이는데 그치고 있다. 요시 베일린 전 이스라엘 법무장관과 야세르 아베드 라보 전 팔레스타인 공보장관이 주축이 돼 추진한 이 계획에 대해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노력을 치하하긴 했지만 지지를 표시하지는 않았으며 아리엘 샤론 총리가 이끄는이스라엘 우파 정부는 정면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스라엘은 `제네바 구상'이 유럽의 지지와 미국의 격려를 받긴 했지만 공식 지지를 얻은 것은 아니라면서 국제사회에 현혹되지 말라는 경고를 보냈다. 샤론 총리의 측근인 한 고위 관계자는 "제네바의 황금 송아지를 둘러싸고 춤추는 자들과 만나는 사람들은 이 계획이 테러범들을 부추기고 국제사회와 미국이 주도한 `로드맵'을 해칠 것이란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내 급진 세력들도 제네바 구상에 대해 완강히 반대하고 있어 하마스와 이슬람 지하드, 파타 등을 망라하는 약 300명의 운동가들은 30일 팔레스타인 대표들이 가자지구로부터 제네바를 향해 출발하려는 것을 저지하고 나섰다. 유럽연합(EU)과 러시아, 유엔, 미국이 주축이 돼 마련한 중동평화 `로드맵'을 `제네바 구상'이 대체할 것으로 보는 시각은 거의 없지만 지지자들은 "평화정착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주는 새로운 노력으로 받아 들이고 있다. 한편 `제네바 구상'과 때를 같이 해 3천620명의 사망자를 내면서 3년 넘게 계속돼 온 폭력사태 종식을 위한 외교활동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샤론 총리와 실반 샬롬 외무장관은 1일 윌리엄 번스 미국 특사와 만나 평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어서 앞서 번스 특사와 만난 아흐메드 쿠레이 팔레스타인 총리와의 정상회담이 성사될 지 여부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편 이집트는 팔레스타인의 12개 분파 대표들을 초청, 폭력 종식 및 평화협상재개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샤론 총리는 지난 10월 제네바 구상의 내용이 처음 공개된 후 지지기반이 확대되면서 평화노력을 강화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제네바 AFP=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