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농장 부지를 찾던 직장인 K씨(45)는 1999년 여름 강원도 홍천 소재 임야 2만평을 평당 2만원에 매입했다. 무엇보다 숲이 우거진 아름다운 경관이 마음에 들어 선뜻 매입을 결정했다. 경사도도 15도 미만으로 보여 개발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됐다. 그러나 그해 겨울에 그 땅을 방문해 본 K씨는 아연실색했다. 낙엽이 다 떨어지고 난 뒤 살펴보니 산의 경사도가 평균 60도를 넘었다. 이 정도면 개발은 엄두도 낼 수 없다. 부랴부랴 전문가에게 컨설팅을 받은 결과 개발 가능한 땅은 전체의 15%인 3천평에 불과했다. 때문에 땅값은 평당 5천원 정도가 적정한 것으로 평가됐다. 정확한 경사도를 파악못해 평당 1만5천원의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된 셈이다. K씨가 이같은 실수를 범한 것은 땅을 여름에 봤기 때문이다. 땅 전문가들은 봄·여름·가을에 땅을 보는 것은 화장한 여자의 얼굴을 보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봄에는 꽃이,여름에는 무성한 나무잎이,가을에는 단풍이 있어 땅 모양과 경사도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또 경관에 홀려 땅에 대한 판단이 흐려지게 된다. 이에 반해 겨울에 땅을 보는 것은 막 잠자리에서 일어난 여자의 화장안한 얼굴을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아 있어 그 땅의 모양과 가능성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땅 전문가들은 땅을 보려면 겨울에 보라고 주문하다. 특히 주거용 부동산을 고를 때는 가능하면 겨울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쉽게 얼지않는 땅,눈이 빨리 녹는 땅은 사람이 살기 좋은 명당임에 틀림없다. 이런 땅은 햇볕이 잘 들 뿐만 아니라 찬바람을 막아주는 구릉이나 산이 있어 살기에 적합하다. 다만 겨울에 땅을 고르더라도 눈이 왔을 때 땅을 보는 것은 금물이다. 눈도 일종의 화장이다. 눈이 덮혀 있으면 땅의 경사도나 지형을 파악하기 어렵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그러나 겨울에 땅을 볼 때는 어지간히 좋은 땅이 아니면 좋아 보이지 않는 만큼 눈높이를 조금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 진명기 그린하우스 21 대표 (02)2040-67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