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시장이 초기 성숙단계에 접어들면서 할인점과 백화점의 '출혈 출점'이 위험 수위로 치닫고 있다. 심각한 부지난 속에 확장 경쟁이 계속되면서 이미 서너개 점포가 영업중인 B,C급 상권에 '배짱 출점'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인근에 자사 점포가 있는 데도 '남이 들어오면 내가 죽는다'는 위기감에 출점을 강행하고 있다. 배짱 출점은 백화점보다 할인점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신세계이마트는 5일 부산 사상구 괘법동에 3천5백평짜리 사상점을 연다. 사상점은 옛 까르푸 점포를 이마트가 장기 임대한 점포. 바로 옆 건물 지하에 홈플러스 서부산점이 있어 두 점포 간 고객 쟁탈전이 불가피하다. 홈플러스는 이마트 사상점 개점에 맞춰 대대적인 판촉행사를 펼칠 예정이다. 서울에서는 현대백화점과 이마트가 장악하고 있는 천호사거리 상권에 홈플러스가 진출한다. 홈플러스는 2006년 완공될 주상복합 아파트 '대우 베네시티' 지하에 3천여평짜리 점포를 들이기로 최근 계약을 맺었다. 홈플러스 예정지에서 도보로 3,4분 거리에 있는 현대 천호점과 이마트 천호점은 "예상치 못한 곳에 점포를 낸다고 하니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인 홈플러스는 점포간 경쟁이 가장 치열한 강서상권에도 2005년께 진출하기 위해 화곡사거리 인근에 위치한 공장 부지를 사들였다. 오는 11일 입찰에서 6개 유통업체가 경합을 벌일 건국대 스타시티 할인점도 '노른자위 상권'이라는 건국대측 설명과 달리 녹록지 않은 지역으로 꼽힌다. 단지 내에 신세계백화점이 들어설 예정인 데다 이마트 성수점이 지하철로 한 정거장,롯데마트 강변점과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각각 두 정거장과 네 정거장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의 경우에도 막바지 '상권 나눠먹기'가 심화되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최근 건축허가를 받아 2005년 말 8천평짜리 점포를 열 서울 미아삼거리 상권이 대표적이다. 롯데 미아점 예정지 건너편에는 신세계 미아점이,걸어서 3분 거리엔 1만평짜리 현대 미아점이 자리잡고 있다. 롯데 미아점은 롯데 노원점과도 차로 10분 거리여서 고객 분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