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직종에 몸담았던 보통사람들이 부동산개발업자인 '디벨로퍼'로 변신,성공시대를 활짝 열고 있다. 건설회사에 다니거나 분양업무를 담당한 경력자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부동산 개발시장에서 영역파괴가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을 많이 안다고 모두 개발사업에서 성공하는 건 아니다"며 "때로는 시장을 몰라야 용감하게 뛰어들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이들의 성공 배경을 설명했다. 부산에 이어 서울에서 '베네시티'라는 주상복합을 선보인 개발업체 베네시티의 이경수 사장(49)은 대표적인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지난 74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야채장사로 돈을 번 뒤 귀국해 사업을 시작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그 후 전도사 생활을 하던 중 지난 2001년 디벨로퍼로 변신했다. 은행 증권 등 금융기관에 몸담았던 이들도 잇따라 개발업에 뛰어들고 있다. 리앤코디벨롭먼트의 이정학 사장(42)은 동원증권 현대투자신탁운용 등에서 근무했던 증권맨이었다. 지난 2000년 리앤코인베스트먼트라는 창투사를 만들면서 부동산개발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 서울 청담동 요지에서 명품브랜드 상가와 오피스텔을 합한 복합건물 '네이처포엠'을 선보여 실력을 과시한 이 사장은 "처음 개발업에 뛰어들 당시 집사람 빼고는 모두 반대했다"며 "토지의 부가가치를 무한대로 창출할 수 있는게 부동산개발업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이번달 서울 구로동 디지털산업단지에 3백여실의 오피스텔을 분양하는 노블레슈 황수연 사장(56)은 32년간 은행원으로 근무하며 지점장까지 지냈다. 외환위기 이후 영업용 택시기사로 활약(?)하기도 한 황 사장은 "개발업을 시작해보니 '1원짜리도 다시 보는 행원의 자세'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밖에 경기도 부천 심곡동에서 오피스텔 'KCC엠파이어타워'를 시행하고 있는 리스인터내셔널의 장기옥 회장(58)은 미원(대상)그룹 출신이다. 부동산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식품업종에서 과감하게 옮긴 케이스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