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버랜드는 지난 96년 10월 이사회의결을 통해 99억5천여만원 어치의 사모 전환사채를 전환가 7천700원에 발행했다. 그러나 당시 삼성에버랜드의 주주인 삼성물산, 중앙일보, 한솔, 새한, 신세계, 제일제당 중 제일제당만 이를 인수했을 뿐 나머지 계열사들은 계열분리 등을 이유로 실권했다. 계열분리 대상이 아니었던 삼성물산은 당시 삼성에버랜드가 적자상태였다는 점 때문에 당분간 수익이 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무수익 자산'을 보유할 필요가 없다는 경영상의 판단 때문에 인수를 포기했다고 삼성측은 설명하고 있다. 실권한 주식은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등 이건희 회장 자녀들이 인수했으며 이상무는 96년말 전환사채를 주식 62만7천주로 교환, 에버랜드의 최대주주(지분율 31.9%)가 됐다.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 지분 20.67%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생명은 또 삼성전자지분 5.7%, 삼성물산 지분 4.6%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에버랜드의 최대주주가 됐다는 점은 삼성그룹 지배권을 상당부분 확보했다는 의미가 된다. 시민단체 등이 제기하고 있는 문제는 삼성에버랜드 이사회가 교환사채를 헐값에 발행함으로써 회사에 손실을 끼쳤으며 삼성계열사들이 실권하게 된 배경에는 삼성구조조정본부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지 않았느냐는 점. 시민단체 등은 삼성카드와 삼성캐피탈이 지난 98년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주당 10만원에 사들인 점을 들어 당시 주당 7천700원에 전환가격을 설정한 것은 너무 저가라고 주장한다. 검찰 역시 지난 93년 삼성 계열사간 삼성에버랜드 주식을 회계이체할 때 주당 8만5천원을 기준으로 했다는 점을 들어 이사들의 배임혐의를 묻고 있다. 그러나 삼성측은 당시 에버랜드가 적자상태였으며 세법상 규정에 따른 가격에서 10%를 할증해 7천700원에 발행했다며 가격의 적절성을 주장하고 있다. 비상장사 주식의 가격을 산정하는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세법상 규정에 따른 것이며 이는 액면가인 5천원에 전환사채를 발행했던 당시의 관행을 보더라도 상당히 개선된 것이라고 삼성은 강조하고 있다. 또 계열사간 회계이체 가격도 순전히 회계상의 편의를 위한 장부가격이지 객관적인 가격기준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상장사 주식가격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데다 LG석유화학, SK㈜ 주식과 워커힐 주식의 맞교환 등 비상장 주식 거래를 둘러싼 유사한 사안이 재계의 민감한 현안이 되고 있기 때문에 가격문제는 상당한 논란이 될 전망이다. 한편 구조본이 에버랜드 사모CB 발행과 관련해 조직적으로 개입했느냐의 여부도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시민단체나 법학자들은 CB발행가 결정과 계열사들의 실권등에 구조본의 개입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하지만 삼성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한편 검찰이 허태학 당시 에버랜드 사장을 불구속 기소함으로서 저가발행에 따른 배임혐의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도 혐의가 계속드러나면 추가기소를 하겠다고 밝혀 과연 검찰이 당시 구조본(비서실) 실장이었던 현명관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을 조사할 것인지 여부도 관심을 끌고있다. (서울=연합뉴스) 신삼호기자 s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