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첫날인 1일 종합주가지수가 800선을 훌쩍 넘어섰다. 외국인은 이날 9백5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순매수를 기록하긴 했지만 매매비중은 눈에 띠게 약해졌다. 전문가들은 이에대해 이른바 "14조원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은 이미 14조원 어치의 주식을 손에 쥐고 있어 매물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 파는 물량이 적어지면서 외국인 매매비중은 낮아졌지만 매수세력이 조금만 움직여도 주가는 크게 오르는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14조원 효과 최근 외국인의 매매패턴에서는 두가지 점이 눈에 띈다. 하나는 대형주를 사자는 세력보다는 팔자는 세력이 더 많다는 것.다른 하나는 중소형주에 대한 입질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주에 대한 매도공세는 "차익실현 과정"(동원증권 조홍래 부사장) 이상의 의미를 두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달 중반 주간단위로 외국인은 순매도를 기록했지만 최근 들어선 매물을 크게 줄이고 있다. 대신 중소형주에 대한 매수강도는 강해지고 있다. 특히 업종대표주가 아닌 2등주를 사들이는 손길이 바빠지고 있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대형주 중심의 매물이 줄어들고 중소형주를 사들이면서 매매비중이 줄어들고 있지만 종합주가지수는 상승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강해지는 상승 모멘텀 한국과 미국의 경기지표가 급호전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호재다. 특히 미국은 과열을 걱정할 정도로 회복세가 완연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투자심리가 긍정적으로 선회하고 있다. 12월부터 시작되는 실적예비발표도 시장에 모멘텀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증권 오연구위원은 "3분기 이후 미국의 경기회복 조짐이 완연했다는 점에서 실적에 바탕한 주가 상승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지난주 한국관련 뮤추얼펀드에서 10주만에 자금이 순유출되기도 했다. 유동성 장세가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미국의 경기회복 신호는 유동성장세에서 실적장세로 넘어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뮤추얼펀드의 자금 유출입은 과거처럼 절대적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한다. ◆프로그램 매물이 변수 선물 누적순매수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 프로그램으로 사들인 물량이 12월 만기때 청산된다면 시장에 큰 부담을 주게 된다. 삼성증권 오 연구위원은 "기관투자가들은 수익률 확정을 위해 12월에 매물을 내놓을 공산이 크다"며 "여기에다 프로그램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질 경우 시장이 충격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한국과 미국의 경기지표가 급속히 호전되고 기업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게 확인된다면 외국인이 다시 강력한 매수주체로 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