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중문학의 선두주자로 불리는 무라카미 류 걸작선 '사랑에 관한 짧은 기억'(동방미디어)이 출간됐다. 무라카미 류의 작품은 '풍요의 시대'에 접어든 일본 사회에서 방향감각을 상실한 젊은이들의 일탈을 잘 보여준다. 그의 작품 속에 마약과 섹스 폭력 범죄 등 기존 도덕관념에서 보면 상식을 벗어나는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작품은 다소 극단적인 이전 작품과는 다르다. 한 재즈 바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와 이 노래에 얽힌 사랑과 추억을 포근하고 따뜻한 시각으로 다뤘다. 작중 화자인 '나'는 얼마 전 대형 광고회사를 그만두고 소규모의 비디오회사를 차린 보통 인물이다. 그는 즐겨 찾는 재즈 바에서 오래된 친구나 일과 관련된 사람,또 우연히 마주친 사람들을 만난다. 사회적으로 안정된 이들은 재즈 바에서 공통적으로 한곡의 재즈를 들으며 그 속에서 과거의 기억을 끌어올린다. '영혼의 피난처'로 표현될 수 있는 재즈 바에서 들려주는 짧은 이야기 한 편 한 편은 하나의 완성된 재즈곡을 감상하는 느낌을 준다. 1952년 나가사키 현에서 태어난 작가는 소설가로서뿐 아니라 영화감독,공연기획자,리포터,TV토크쇼 사회자,화가,사진작가 등 전방위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팔방미인이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