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국악과의 대화 .. 데이비드 루카스 <진로발렌타인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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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lucas@adsweu.com
얼마 전 이 칼럼에서 나는 한국문화의 강렬한 인상에 대해 언급한 바가 있지만 국악만큼 강한 인상을 주었던 예는 없을 듯 하다.
진로발렌타인스의 사업철학 중 하나는 한국적인 기업을 만드는 것이다.
몇 해 전 우리는 회사 내에서 뿐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기업의 한국화가 뭔지를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임페리얼 클래식'을 재출시 하면서 제품의 특징을 고객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전국을 돌며 '로드쇼'를 벌인 적이 있다.
그러던 중 광주의 어느 한식당에서 저녁을 먹게 되었다.
식사를 하던 중 방 구석에 놓여있는 장구를 발견했고 그것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물었다.
식당 여주인은 자신이 판소리를 좋아하고 전에는 한가락 했노라고 말해 우리는 즉석에서 주인에게 한 곡을 요청했다.
20여분에 걸쳐 판소리를 듣는 동안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보여준 감동적 반응은 내게 매우 놀라운 것이었다.
이를 계기로 우리회사는 한국 전통음악을 후원하기로 했다.
국립국악중고등학교와 손을 잡고 임페리얼 장학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 학교 관계자들이 보여준 따뜻한 마음과 우정은 평생 잊지 못할 감동이었다.
특히 교장 선생님은 비범하고 통찰력있는 지도자였다.
우리는 사업상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
임페리얼 장학생들 또한 놀라운 성의와 열정을 보여주었다.
국립국악중고등학교와의 인연으로 나는 이들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몇 번 가졌다.
공연장에서 이들이 보여준 재능과 공연 수준은 매우 뛰어난 것이었다.
우리가 회사에서 실천하려고 했던 준비정신과 열성의 귀감이 되었다.
그 중에서도 중국 전통음악학교 학생들과의 합동 콘서트는 인상적이었다.
두 종류의 악기가 조화를 이루며 내는 소리는 훌륭했고 공연에 참가한 사람들 모두 자랑스럽게 여길 만큼 장관을 이루었다.
우리의 후원이 얼마나 중요한지 자랑하고 싶지 않지만 이런 놀라운 경험을 통해 외국회사가 한국 전통음악을 지원한다는 것이 상당히 의미있는 일임을 깨닫게 되었다.
앞으로도 장학금 후원사업과 국립국악중고등학교와의 인연이 오래 동안 지속돼 재능있는 학생들이 전통 예술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