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美 참사관의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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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정부의 인천경제자유구역 계획에 대해선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좀더 지켜보자는 신중한 입장이다."
2일 오전 인천시 중구 파라다이스호텔.'한반도 평화와 인천의 번영'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 커트 통 주한 미 대사관 경제참사관은 경제자유구역을 이렇게 평가했다.
커트통씨는 외교관답게 우회적인 표현을 썼지만 요컨대 '계획이야 좋지만 과연 제대로 될지 아직 미지수'라는 평가를 한 것이나 다름없다.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추진중인 각종 규제 완화가 국가 전체로 확산되지 않고 경제자유구역에만 한정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천의 한 구역만 자유지역으로 풀고 나머지 지역은 규제로 묶여 있을 경우 경제자유구역은 한국경제 전반과 연결되지 못하고 겉돌게 마련이고 이렇게 되면 사업효과는 '전시행정'수준에 그칠게 뻔하다는 얘기였다.
그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지정 후 1백20일이 넘어서도록 제도 개선 등에서 한걸음도 떼지 못하고 있다.
근로자 파견을 완화하고 월차휴가를 폐지하는 등의 노동조건 변경은 입법화는 고사하고 공론마저 지지부진하다.
교육부는 외국 학교 설립을 자유화하는 특별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한차례 시도했다가 전교조에 원천봉쇄당하자 추진 일정을 내놓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외국 병원의 내국인 진료를 국내 담배값 인상과 연계하는 등 정책 목표를 위해서라면 경제자유구역의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는 시각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해 집단들의 갈등을 조정하면서 입법까지 견인해 내자면 시간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관련 부처들의 변명을 마냥 들어주기엔 진척도가 너무 미미하다.
관계 공무원들의 느긋한 태도를 보면 우리 정부는 외국인투자자들도 국내 기업인들처럼 정부부처간의 업무조정이나 이익집단의 이해조정이 끝날 때까지 마냥 기다려줄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같다.
아무래도 중국 등과의 외자유치 경쟁에서 한국의 승산은 현재로선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김희영 사회부 기자 song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