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단계별 탈출구를 정비하자 ] 신용불량자 문제가 불거진 이후 정부와 금융회사들은 다양한 신용회생 프로그램을 쏟아내고 있다. 개별 금융사 채무재조정, 다중채무자 공동추심, 개인워크아웃 등등…. 하지만 이들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는 한마디로 '외화내빈(外華內貧)'이다. 프로그램마다 허점이 많고 프로그램간 체계적 연결도 미흡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신용불량자를 줄이는 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부 프로그램은 그 내용이 잘못 이해돼 고의적 연체 등 '모럴 해저드'를 부추기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단일 금융사 연체자는 개별채무재조정 =1개 금융사에만 연체한 신용불량자들은 개별채무재조정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10월말 현재 1개 금융사에만 연체한 신용불량자수가 1백8만명이므로 이 제도만 활성화 돼도 신용불량자의 3분의 1 가량을 줄일 수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최근 자체 신용불량자 25만명에게 채무재조정을 실시, 연체금을 장기 상환토록 했다. 채무재조정을 받게 되면 연체금을 최장 7년간 연 6~7.5%의 금리에 나눠 갚을 수 있다. 이 제도의 문제점은 제도시행 기간이 한시적이라는 점. 국민은행은 채무재조정 제도를 연말까지만 실시한다. 다중채무자 공동추심 프로그램 =산업은행과 LG증권은 최근 10개 금융사와 공동으로 '다중채무자 공동추심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이는 연체액 3천만원 이하, 연체 기간 48개월 미만인 신용불량자 86만명에 대해 자산관리회사(AMC)인 한신평정보를 통해 공동 채무재조정을 실시하는 프로그램이다. 원리금 감면폭은 최대 30%, 상환기간은 최대 8년, 이자는 최저 연 6%대까지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채무조정 후 3개월 이상 다시 연체하는 경우에는 감면 처리된 모든 채무를 복원시키고 금융질서 문란자로 등록하는 등 불이익을 준다. 돈버는 신용불량자는 개인워크아웃 =개인워크아웃 신청자격은 2개 이상 금융사에서 3억원 미만의 빚을 지고 최저생계비(4인가족 기준, 1백2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신용불량자에 한정된다. 개인워크아웃 대상자가 되면 신용불량자에서 즉시 해제된다. 연체금도 최장 8년간 나눠 갚을 수 있다. 또 연체이자율 인하혜택(연 8~10% 적용) 등을 받게 된다. 하지만 워크아웃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서민금융사가 많아 '서민금융사 연체자'들은 이 제도를 이용할 수 없는게 단점이다. 장기연체자를 위한 구제책 =자산관리공사(KAMCO)는 채무자들과 부채상환 협약을 맺을 때 채무자가 재산이 없을 경우 원금의 최대 30%까지 감면해 주는 신용회복 지원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KAMCO는 채권금융회사들이 회수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상각 처리(최소 연체 6개월 이상)한 채권에 대해선 이자를 전액 감면해 준다. 신용불량자가 이 제도를 이용하기 위해선 연체개월수가 최소 6개월이 지나야 한다. 그런 만큼 연체자들이 일부러 채무상환을 연기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게 이 제도의 단점이다. 마지막 비상구, 개인파산 =개인파산을 신청하려면 거주지에 있는 지방법원을 찾아가 파산신청을 해야 한다. 이후 개인파산선고->면책신청->면책여부 결정 등이 진행된다. 파산선고를 받았다고 개인의 채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파산선고 후 면책결정을 받으면 법원은 채무자의 재산을 채권자에게 균등 분배한다. 이때 모든 채무가 사라지고 '파산인'에서 '정상인'의 신분으로 바뀐다. 단 도박, 낭비 등 부적격 사유가 있는 사람은 면책결정을 받을 수 없다. 최철규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