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느린 사람은 누구인가?" 골프장에서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앞팀에서 맨 늦게 치는 사람'이다. 뒤팀에서 티샷 준비를 하고 있는데 앞팀에서 제일 늦게 치는 사람이 뜸을 들이면 짜증이 난다. 연습 스윙을 서너번 씩 하는가 하면 이번에는 치겠지 했더니 연습스윙을 풀고 다시 어드레스를 해서 속을 뒤집어 놓는다. 이처럼 뜸을 들이다 샷을 하고 나더니 이번에는 그 자리에서 혼자서 연습 스윙까지 몇 번 하고 가는 사람도 있다. 골프장에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의 유형을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매사에 뜸을 들이는 '슬로 플레이어'(Slow Player)를 꼽을 것이다. 매번 연습 스윙을 두세번씩 하는가 하면 퍼팅라인을 읽기 위해 심각한 표정으로 동서남북을 옮겨 다니며 시간을 끈다. 퍼팅을 하려는데 헬리콥터 소리가 들린다고 비행기가 다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도 보았다. 이런 사람들은 예외없이 목욕탕에서 나오는 것도 느려서 일행을 피곤하게 만든다. 앨빈 토플러는 강자와 약자,그리고 큰 것과 작은 것 대신 이제는 빠른 자(The Fast)와 느린 자(The Slow)로 우열이 가려지는 세상이라고 진단한다. 빠른 자란 정보도 빠르고 의사결정도 빠르고 동작도 빠른 사람을 말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도 그의 저서 '생각의 속도'를 통해 스피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보화 사회에서는 정보력이 곧 파워의 원천인데 정보력은 정보의 양과 질,그리고 속도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속도의 경제'라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골프장에서는 시간활용을 잘 하는 사람이 볼도 잘 치고 동반자들로부터 환영을 받는다. 골프장에 도착하는 시간부터 늦어서 다른 사람에게까지 부담을 주는 사람이나 슬로 플레이어는 왕따를 당하기 쉽다. 그러나 매사를 빠르게만 해도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나는 골프장에 갈 때마다 다음과 같은 '골프장 시(時)테크 5계명'을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제1계명:빠르게 움직인다. 골프장에서는 일행보다 먼저 도착한다. 볼을 치고 나면 빠르게 이동한다. 그린에서는 빠르게 준비한다. 스윙 스피드는 빨라야 한다. 목욕탕에서 일행보다 빨리 나온다. -제2계명:느리게 움직인다. 어드레스는 천천히 한다. 볼이 잘 안 맞을수록 속도를 늦춘다. 퍼팅은 신중하고도 천천히 한다. -제3계명:타이밍이 중요하다. 임팩트는 타이밍이다. 기회가 오면 반드시 잡는다. 덕담도 타이밍,비즈니스 기회도 타이밍이다. -제4계명:템포를 살려라. 스윙은 템포다. 'Oh My Darling'이라는 음절에 맞춰 몸과 팔을 부드럽게 움직인다. -제5계명:일지(一止)가 중요하다. '바를 正'자를 분리하면 一止가 된다. 톱 오브 스윙에서는 짧게 정지한다. 트러블샷을 해야 할땐 일시 감정을 죽인다. 흥분 될때 잠깐 숨을 죽인다. < 경영컨설턴트·경영학박사 yoonek18@cho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