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에버랜드가 지난 96년 10월말 사모 전환사채(CB) 96억원 상당을 전환가액 7천700원에 발행하는 안건을 의결한 이사회가 의결정족수에 미달된 채 열렸다고 검찰이 밝혔다. 이에 따라 에버랜드 손실 책임과 관련된 소송이 제기될 경우 CB 발행 자체에 대한 법적 효력 문제가 대두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신상규 서울지검 3차장은 3일 "당시 이사회 구성원 17명 중 9명이 회의에 참석해 자금조달의 필요성 등을 명분으로 CB 발행안을 의결한 것으로 기록돼 있지만 실제론 8명이 참석했고 한 명은 직접 참석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신 차장은 "주주의 권리행사는 위임이 가능하나 이사회는 그렇지 않고, 이사회에서의 언행은 상법상 일신전속(一身專屬)적인 것으로 대리가 불가능하게 돼 있다"며 "따라서 회의에 불참한 이사에 대해서는 의결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삼성에버랜드는 지난 96년 10월30일 CB 발행을 결의하는 이사회를 연데 이어 12월3일 이사회를 열어 제일제당을 제외한 나머지 주주 계열사들이 실권한 CB 125만4천여주를 재용씨 남매에게 배정키로 의결했다. 검찰이 2일 허태학 전 에버랜드 사장 등 2명을 특경가법상 배임혐의로 불구속기소한데 이어 이사회의 하자 문제는 CB 발행 자체의 원인무효 여부와도 직접적으로 관련돼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이사회 의결 자체에 하자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당사자가 민사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그러나 형사상 배임 혐의를 입증하는 데도 이사회 하자 문제는 당연히 참고사항이 된다"고 말했다. 삼성측은 이에 대해 "당시 이사회는 과반수가 참석해 정상적으로 의결한 사안이며 고발 초기 거론이 됐다 별 문제가 되지 않는 것으로 정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삼성에버랜드 주주는 이건희 회장을 비롯, 대부분 삼성과 관련한 특수관계인들로 민사적으로 책임을 추궁할 만한 외부 소액주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