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8년에 유행했던 '스페인독감'은 역사상 가장 지독했던 독감으로 기록돼 있다. 마드리드에서 발생한 이 독감은 덴마크 선원들에 의해 미국으로 건너가 전 지역을 강타한 뒤 유럽을 거쳐 중앙아프리카까지 퍼져 나갔다. 이 독감바이러스로 무려 2천만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하는데 5천만명이 숨졌을 것이라는 통계도 있다. 독감은 주기적으로 전 세계를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1957년의 중국독감으로 미국에서만 7만여명이 사망했고 1968년의 홍콩독감,1977년의 러시아독감,1997년 홍콩의 조류독감 역시 큰 인명피해를 냈다. 이 새로운 변종 독감바이러스들은 인터넷 만큼이나 빨리 퍼져 백신을 개발할 틈도 없이 인명을 앗아가고 있는 것이다. 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공포가 채 가시기도 전에 이번에는 '푸지엔A형' 독감비상이 걸렸다. 지난 2월 출현한 이 유행성 독감은 파나마독감의 돌연변이로 알려져 있는데 영국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의 사망소식이 잇따르고 있으며 최근에는 대만에도 상륙했다는 소식이다. 선진국발 후지엔독감은 올 겨울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전역에서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세계보건당국이 경고하고 있어 우리나라도 안전지대는 아닌 것 같다. 흔히 독감이라고 부르는 질병은 의학용어로 '인플루엔자'라고 하는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A,B,C형의 3종류가 있으며 유행을 일으키는 주범은 A형이다. 항상 변화하는 성질을 가진 A형 바이러스는 새로운 바이러스를 탄생시키는데다 전염성이 강하고 폐렴 등 합병증을 유발해 두려운 대상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악성독감은 조류에서 유행하는 독감바이러스와 사람의 바이러스가 돼지 몸속에 들어가 유전자 재조합을 거친 뒤 사람에게 전염되면서 일어나는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실제로 중국 광동에서 처음 사스에 감염된 사람들도 오리와 접촉이 많은 조류판매상과 주방장이었다. 언제 엄습할지 모르는 푸지엔독감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아직은 없어 답답하긴 하다. 해외여행을 삼가고 청결한 환경과 균형있는 식생활이 최선일 것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