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일자) '바닥쳤다' 좋아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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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호조에 힘입어 제조업 가동률이 올라가고 재고가 줄어드는 조짐을 보이자 재경부가 우리 경제는 이미 지난 3·4분기에 바닥을 친 뒤 회복중이라고 '선언'하고 나섰다.
금년 1·4분기부터 걸핏하면 바닥 통과론을 제기해왔던 터라 또 바닥론이냐는 느낌이 솔직히 없는 것은 아니나 우리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라 할 수 있다.
재정경제부 지적대로 산업활동 동향 등 적어도 지표상으로는 경기가 이미 바닥을 통과했을 수도 있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체감경기는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전혀 느끼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의 낙관론과는 달리 내년에도 우리 경제는 최악의 상황이라 할 수 있는 2%대 성장에서 잘해야 3∼4%대로 높아지는데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 현상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없고 고용사정도 나아지지 않고 있어 급격한 경기회복은 기대할 수 없게 돼 있다.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내수가 고용 및 가계신용 불안에 따른 소비위축과 기업환경 악화에 따른 투자부진으로 발목이 잡히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경기바닥론을 제기해 섣부른 낙관론을 부추기기 보다는 투자와 소비를 살려 경기회복이 본격화 되도록 정책역량을 집중시키는 것이 옳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대선자금 수사를 조기에 종결하고 노사관계 안정과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들에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급선무다.
아울러 카드사태에 따른 금융불안을 해소하고 곧 4백만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신용불량자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미국 경제가 8%나 성장하고 있는 마당에 경기가 미미한 회복조짐을 보인다고 바닥을 쳤다며 반기고만 있을 일은 결코 아니다.
정부의 섣부른 낙관론이 선거일정과 맞물리면서 자칫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당면 현안 해결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