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시장은 올해 전반적으로 극심한 불황을 겪었다. 특히 유통시장을 이끌어가는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주요 백화점들의 기존 점포 매출은 11월에도 작년 동기보다 3.6∼5.4% 줄었다. 매출 감소세가 10개월째 지속된 것이다. 정부는 올 3분기에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호언장담하고 있지만 유통 현장에서는 내년 하반기는 돼야 비로소 불황의 먹구름이 걷힐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백화점 할인점=대형 소매점의 내년 경기 기상도는 '할인점 맑음,백화점 흐림'으로 요약될 수 있다. 신세계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까르푸 월마트 등은 내년에 35개 점포를 새로 열 계획이다. 이는 올해 신규 점포 수(18개)의 2배 수준이다. 업계 선두인 이마트는 내년에 15개 점포를 새로 열어 점포 수를 75개까지 확대한다. 서울에선 월계동 양재동 용산역사 등 요지에 점포를 낸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도 7,8개 정도 신규점을 열 예정이다. 계획대로 출점이 이뤄지면 내년 말엔 전국의 대형 할인점 수가 3백개를 넘어서게 된다. 할인점과 백화점간 매출 격차도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신세계유통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국내 할인점 매출은 20조2천억원으로 백화점 매출(18조3천억원)을 처음으로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할인점과 달리 백화점 출점 수는 3개에 그칠 전망이다. 모두 롯데백화점이 여는 신규 점포다. 롯데는 내년 2월 대구에 상인점을,5월엔 전주점을 개점한다. 서울에선 하반기에 옛 한빛은행 빌딩에 명품관을 오픈할 예정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백화점 할인점 시장이 점차 성숙단계에 접어들면서 내년에 주요 유통기업들은 명품아울렛 홈쇼핑 등 신규 업태에 진출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편의점=점포 수에서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고속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편의점 점포 수는 2천개가량 늘어나 작년 대비 35%의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2천개 정도의 점포가 순증,전체 점포 수가 1만개에 근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점포 수 급증에 따라 단위 점포당 매출은 올해와 비슷하거나 5%대 매출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점욱 한국편의점협회 전무는 "단위 점포당 고객 수는 지난해 6백70여명에서 올 상반기 6백20여명으로 7%가량 감소했다"며 "청년실업 문제가 계속되고 소비심리가 언제 풀릴지 모르는 상황이어서 업체들도 사업계획을 보수적으로 짜고 있다"고 전했다. ◆패션몰=하반기에 다가가면서 점진적으로 호전될 전망이다. 지난 2001년 이후 패션몰 업계는 불경기와 업체간 과당경쟁,품질이 떨어지는 중국산 의류 범람 등의 이유로 역신장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올해 말부터 상품 고급화와 매장 리뉴얼을 실시하고 있는 패션몰들이 늘고 있어 내년엔 올해보다 상황이 호전되지 않겠느냐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유종환 밀리오레 사장은 "내년 하반기부터는 소비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장규호·류시훈·송형석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