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의 현주소는 '일자리 없는 경기회복(Jobless recovery)' 이다.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이 8.2%로 치솟을 정도로 경기회복세가 강했지만 2001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제조업에서 2백50만개가 넘는 일자리가 사라져 실업의 고통은 여전하다. 2004년 경제도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기업 소속 이코노미스트들의 단체인 비즈니스경제학 협회(NABE)는 내년 성장률을 4.5%로 전망했다. 올해 성장률 예상치 3.0%보다 높은 수준이다. 경기 회복세가 그만큼 빠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계속되는 개인소비와 기지개를 켜고 있는 기업 투자가 성장의 견인차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연말 세일이 시작된 11월28일(추수감사절 다음날) 미국 최대 할인점인 월마트의 매출이 15억2천만달러로 사상 최고치에 달한 게 향후 소비가 계속 늘어날 것을 예고한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있다. 웰스파고은행의 수석부행장인 손성원 이코노미스트는 "부시 행정부의 세금감면 효과가 내년 중반께 사라진다 하더라도 기업투자가 늘어나 경기 회복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NABE도 내년 기업들의 투자가 1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대표적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데이비스 위스는 지난 1일 뉴욕 주재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한 2004년 경제설명회에서 내년 성장률을 NABE 전망치보다 조금 높게 제시했다. 올해는 3.7%를 기록하고 내년에는 4.7%로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스는 "소비를 바탕으로 기업투자가 살아나면서 성장률이 4%를 웃돌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전망대로 내년 경기가 강한 탄력을 받더라도 고용 사정은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기업들은 노동생산성이 4%를 웃돌고 있는 만큼 일자리를 늘리지 않아도 늘어나는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1년 정도 더 경기가 견조한 상승세를 보여야만 채용을 확대할 계획이다. 실업률이 6.0%(10월 기준) 에서 내년에 고작해야 5.8% 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업 외에도 늘어나는 재정적자와 추가 테러공격은 내년 경제의 복병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언제 금리를 올릴 것인지도 내년 경제의 향방을 가늠하는 주요 변수가 될 것 같다. 모건 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스티븐 로치는 "소비자들의 가계 빚이 눈덩이 처럼 불어나고 정부의 재정적자도 급증하고 있다"며 "이런 상태에서 개인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미래의 소비를 앞당겨 누리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