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원테크의 수출액은 1995년 1백만달러를 넘어섰다. 일본·동남아 시장만으론 만족할 수 없었다. 유럽 시장 진출을 결심했다. 피팅 제품을 가장 많이 쓰는 곳은 영국의 JCB사였다. 영국 로체스터에 있는 본사의 담당자에게 편지를 보내고 찾아갔다. "카탈로그를 두고 가시오." 어렵게 만난 담당자와의 면담은 딱 한 시간.반응은 시큰둥했다. 한 시간을 면담하기 위해 왕복 30시간의 비행기를 타야 하는 여행. 오기가 생겼다. 다섯번째로 찾아갔다. 역시 거절하길래 "그럼 공장이나 보여 달라"고 청했다. 마지못해 공장을 보여주는 그를 따라갔다. 그런데 웬걸? JCB 제품은 형편없었다. 유압용 피팅이 조잡하다 보니 기름이 줄줄 새어나왔다. 앞서 가는 담당자를 일부러 20m쯤 뒤처져가며 기계조립 현장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현장 담당자들도 제품이 조잡하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었다. "옳다 됐다." 나는 그들에게 명함을 나눠줬다. 샘플로 가져간 제품도 몰래 찔러줬다. 명함에 내가 묵고 있는 호텔 전화번호가 적혀 있지 않아 담당자의 손바닥에 직접 써줬다. 그랬더니 어느 날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우리 제품의 구매를 검토하겠다는 것이었다. "내가 다섯 번이나 갔으니 당신들이 한 번 오시오.우리 공장도 보여주겠소." 구매 담당자가 우리를 방문하고 마침내 계약이 이뤄졌다. "자국산을 써야 한다고 그렇게 완강하게 거절하더니 구매를 결정하게 된 동기가 뭐냐"고 물었더니 "현장 담당자들이 구매를 강력 건의했다"고 대답했다. 현장 마케팅의 중요성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