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에 걸린 아내에게 바치는 산문집 '아내의 맨발'(고요아침)을 펴낸 송수권 시인에게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시인의 안타까운 사연이 한국경제신문(11월 26일자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책은 지난달 말 출간된 이후 산문집으로는 드물게 하루 1천권 이상씩 팔려 나가고 있다. 전라남도 학교도서관 사서모임은 최근 4백부를 한꺼번에 구입했으며 CJ홈쇼핑도 방송판매용으로 책 1천부를 따로 주문했다. 금융연구회에서는 직원들이 주머닛돈을 털어 수백부를 사갔다. 시인의 부인에게 구두를 선물하겠다고 나선 곳도 있다. 엘칸토 본사에서는 부인에게 '특별 구두'를 제작해 선물하겠다고 제안했다. 시인이 '아내가 건강하게 퇴원하면 생애 처음으로 신발을 선물하고 싶다'고 책에서 말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도움 덕분에 책은 현재 초판(7천부)이 모두 팔려나갔고 2쇄 인쇄에 들어간 상태다. 2억원에 달하는 엄청난 수술비 부담을 가난한 남편에게 지우기 싫어 한때 수술을 거부하고 행방을 감추기도 했던 시인의 부인 김연엽씨는 지난달 21일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수술을 마치고 무균실에 들어가 있다. 김씨는 이달말께나 돼야 무균실에서 나올 예정이다. 시인 정성욱씨는 "시인에게 있어 시는 '희망'이자 '밥줄'이다. 그러나 우리 시대의 시인에게 있어서는 결코 밥줄이 되지 못한다. 송 시인은 이런 아픈 사연을 밤을 새워가며 산문으로 썼고 시로 썼다. 송 시인의 부인이 어서 병석에서 일어나 평생 처음으로 남편이 선물하는 신발을 신고 건강하게 걸어다닐 수 있기를 빈다"고 말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