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달러화 가치의 급락이 유가인상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등장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고 있는 OPEC 각료회의에 참석 중인 알리 알 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은 3일 "달러화 가치의 하락에 따른 회원국의 실질 구매력 감소에 대응,내년 초 유가인상을 위한 감산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OPEC은 현재의 생산쿼터를 동결했다. 알 나이미 장관은 "현재 유가를 환율변동을 감안한 실질 가치로 환산할 경우 25달러선에 불과하다"며 "내년 3월 정기총회에 앞서 임시회의를 열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OPEC의 바스켓가격(7개 유종평균)은 배럴당 28.43달러(2일 기준)로 목표 가격대인 28달러를 웃돌고 있다. OPEC 의장인 압둘라 빈 하마드 카타르 에너지 장관도 "회원국들이 달러화 약세를 우려하고 있다"면서 "달러화 구매력은 유로화와 비교해 1년 전보다 20% 이상 떨어졌다"고 강조했다. 베네수엘라 등 일부 회원국은 목표 가격대를 현재 배럴당 22~28달러에서 25∼32달러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압둘 하시드 마흐무드 즐리트니 리비아 석유장관은 "유가가 목표 가격대의 상한선까지 올라도 달러 가치가 하락,유가 인상이 정당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OPEC에서 달러화 가치와 유가를 상호 연계시키겠다는 발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ABN암로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브라이언 클레어는 "현재 유가를 유로화로 환산하면 200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OPEC이 현재 22~28달러로 책정한 목표 가격대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