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국투자청 설립 성공하려면..李長榮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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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長榮 <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최근 동북아 금융허브 전략과 관련하여 자산운용업을 활성화할 것과 이를 위해 한국투자청(KIC,Korea Investment Corp)을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주목을 끌고 있다.
우선 우리가 벤치마킹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GIC(the Government of Singapore Investment Corp)는 정부의 위탁자산을 관리하는 국제기준의 자산운용사를 의미한다.
따라서 여타 상업적 자금운용사와는 달리 펀드조성을 할 필요가 없으며 자산운용에 보다 집중할 수 있다.
그러나 자산운용은 철저하게 상업적 베이스에서 하는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세계적으로 유수한 투자회사와 업무협조를 맺고 있는 전문화된 자산운용인력이 뒷받침이 되어 GIC는 설립 이래 10%대의 고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전세계 30여개국에 걸쳐 외환,주식 및 채권,부동산 등을 대상으로 투자하면서 습득되는 포트폴리오 투자기법뿐 아니라 부수적으로 국제적인 정보·인적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고급시장정보를 획득하는 등 다양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GIC가 수행하는 자산관리업무의 일부를 외주를 주는 형식을 통해 해외 유수 자산운용사를 싱가포르로 유치하기 위한 인센티브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자산관리업이 활성화될 수 있는 촉매제 역할과 국제금융분야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KIC 설립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론 KIC의 성공적인 설립·운영을 위해서는 몇가지 선결되어야 할 문제가 있다.
첫째, 투명한 지배구조를 구축함으로써 투자의사결정에 미치는 정부나 정치권의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문가로 구성된 질 높은 이사회를 구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필요시 외부영향력을 차단할 수 있도록 잘 설계된 방화벽(firewall)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뉴질랜드 전문투자청(GSA)의 사례를 참고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둘째,정부가 KIC에 위탁하는 자산에 공공연금 이외에 외환보유액을 일부 포함시키는 방안은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의 과도한 증가추세나 적정 보유액의 개념에 비추어 볼 때 일단 무방하다고 판단된다.
즉 과도한 외환보유액 유지에 따르는 비용이 적지 않으므로 적정 보유액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안정성 위주의 운용에서 벗어나 다목적으로 활용하여 수익률을 제고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 관련된 권능은 존중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보유액 변동이 금리에 미치는 영향과 통안증권 발행을 통한 통화관리비용, 외평채 발행을 통한 외환시장 관리비용에 대해서는 정부와 중앙은행이 충분히 협의·조정할 수 있는 장치가 강화되어야 한다.
셋째,설립 초기에는 아무래도 운용의 많은 부분을 외국계 펀드매니저들에게 의존해야 하므로 KIC를 설립한 정부와 펀드매니저 간에 전형적인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펀드매니저들의 운용성과를 모니터하고 평가할 수 있는 성과평가시스템 및 내부통제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흔히 외국계 펀드매니저들은 전문성이 높은 대신 과도한 수수료를 청구하거나 투자의 안목이 너무 단기적이며 때로는 동료들과 협의하는 팀워크 정신도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결과 투자의 안정성이 낮아지고 투자기법의 전수효과도 기대만큼 나타나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다.
보유액이 외탁자산에 포함되는 경우에는 효과적인 내부통제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어야 하며 인적 구성의 측면에서도 그간 중앙은행에 축적된 보유액 운용인력과 산업은행 등에 축적된 자산관리 인력을 중점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상기한 문제점들이 슬기롭게 해결되기를 기대한다.
前뉴욕주립대 교수 jylee@kif.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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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