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건수가 지난 5년간 1백14%나 늘어났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 정부부처가 규제를 적극 줄여나가고 있는 마당에 유독 공정거래위원회만 반대로 움직이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지난 98년8월 1만7백17건에 달했던 주요 경제관련부처의 규제건수가 5년만에 27.2% 감소한 것은 시장원리가 작동하는 경제체제 구축을 위한 노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긍정적 평가를 해줄 만하다.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부의 경우는 규제건수를 절반 이하로 줄였고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관세청 등도 30% 이상 축소시켰다. 이런 추세에서 98년 75건이던 공정거래위원회 규제건수만 1백61건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은 '감놔라 배놔라'는 식으로 기업활동에 개입한 결과가 아닌지 생각해볼 점이 있다. 공정위측은 "대기업의 무분별한 확장을 억제해야 하는데다 다단계판매 전자상거래 등에서도 소비자를 보호해야 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과연 꼭 그런지 의문이다. 기업규제 권한을 유지하는데 집착하는 공정위의 부처이기주의적 발상은 출자총액제도와 금융거래정보요구권(계좌추적권)에 대한 태도만 봐도 선명히 드러난다. 출자총액제한제도는 국내기업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오는데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도입돼 있는 것인데도 계속 유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주장이 무슨 설득력이 있는지 궁금하다. 그런데도 어떻게든 이를 유지하기 위해 그동안 장려해온 소유 분산 우량기업에 대해 오히려 불이익을 주는 의결권 승수제도라는 변칙적 논리까지 동원하고 있다. 한시적으로 부여받은 계좌추적권을 다시 연장하려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불공정거래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면 금감위에 조사를 의뢰하면 되고 혐의가 분명하다면 검찰에 고발하면 될 일인데 왜 한시적 권한을 또 연장하지 않으면 안되는지 도저히 모르겠다. 기업은 시장원리에 따라 생물처럼 움직이는 것이어서 자율적인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면 기업활동을 돕기 보다 발목만 잡게 될 가능성이 높다. 공정거래법은 경쟁을 촉진하는 내용과 경제력 집중억제 조치가 혼재해 있어 법을 자의적으로 운용할 여지가 크다는 사실도 결코 간과해선 안된다. 경쟁촉진이 공정거래법의 기본취지라고 본다면 이와 어긋나는 것은 과감히 철폐하는 것이 옳다. 반시장적 규제는 기업 투자를 더욱 위축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