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은 내년도 경기 전망과 관련, 올해와 같은 최악 국면은 벗어나겠지만 정치적 불안정과 소비ㆍ투자 부진이 여전한 골칫거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4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산업은행이 기업들을 대상으로 내년 경제전망을 각각 조사,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새해 경제가 올해보다 호전될 것이라는 데는 진단이 일치했다. 그러나 전경련 조사 결과 기업들은 총선 등의 일정이 잡혀 있는 정치 분야와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소비와 기업투자가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우려했다. 산업은행도 경기회복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정치ㆍ사회적 불안요인 해소가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 소비ㆍ투자부진과 정치혼란이 '복병' 전경련은 대기업 1백20개사(응답기업은 91개사)를 대상으로 '내년 경제운용 방향에 대한 업계 의견'을 조사한 결과 내년에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는 요인으로 민간소비 회복 부진(35.0%), 투자 부진에 따른 성장여력 고갈(25.0%), 총선 등 정치적 혼란(20.0%)이 가장 많이 지적됐다고 밝혔다. 응답업체의 59.1%는 대선자금 수사가 내년 국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 반면 이라크 파병(47.1%) 및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체결(65.5%)은 경제에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기업들은 내년에 가장 역점을 둬야 할 경제정책으로 경제불안 해소 및 경제심리 회복(53.4%)을 가장 많이 지적했고 그 다음은 안정적 성장기조 유지(25.0%), 투자 활성화ㆍ일자리 창출ㆍ수출 호조세 유지(각 5.7%), 내수진작(4.5%)의 순으로 답했다. 기업 스스로는 사업고도화 및 기업체질 강화(31.6%), 품질 및 가격경쟁력 제고(23.2%), 적극적 투자(22.1%), 윤리ㆍ투명ㆍ책임경영 강화(12.6%) 등에 힘써야 할 것으로 지적했다. 한편 기업들은 올해 경제가 어려웠던 이유로 50.5%가 정책 혼선과 정책의 일관성 부재를 들었으며 24.2%는 정쟁 때문이라고 답해 경제외적 요소가 올해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음을 반영했다. ◆ '내년 경기 불안한 회복' 예상 한편 산업은행은 이날 제조업 21개 업종 1천2백18개 업체를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내년 BSI가 116으로 올해 80보다 크게 높아졌다고 밝혔다. BSI가 100보다 높으면 향후 경기가 호전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기업이 악화될 것이라고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고 100 미만이면 그 반대 의미다. 연간 BSI가 높게 나온 것과는 대조적으로 내년 1분기 BSI는 올 4분기(99)에 비해 소폭 낮은 98로 집계돼 내년 1분기까지는 지금과 같은 침체국면이 계속될 것이라는 기업 정서를 대변했다. 경기회복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전체의 43%가 2ㆍ4분기를 꼽아 가장 많았고 1ㆍ4분기를 선택한 기업도 39%에 달했다. 업종별로는 조선(연간 BSI 158, 1ㆍ4분기 BSI 142) 전기ㆍ전자(138,119) 제지(120,105) 등이 호조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전경련 조사에서도 응답 기업의 64.8%가 내년 경기의 호전을 기대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기업 투자심리가 회복될 것으로 보는 견해는 1.8%에 그쳐 내년 경기는 '불안한 회복국면'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산은 김종배 이사는 "국내 제조업 경기를 조속히 회복시키려면 정치ㆍ사회적 불안요소를 시급히 없애고 기업활동 여건을 조성하는데 힘써야 한다"며 "중소기업 활성화,가계 소비여력 증대, 부동산시장 안정 등 내수 기반을 확충하는 노력도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인식ㆍ장경영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