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가 명문高로…비결은 '영재학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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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이 변변치 않았던 시골의 한 종합고등학교가 올해 수능시험에서 전북지역 인문계와 예체능계 최고 득점자를 배출하며 일류학교로 다시 태어났다.
화제의 학교는 전북 익산시내에서 20km 가량 떨어진 금마면 동고도리에 있는 익산고교(교장 최인호ㆍ59).
익산고는 몇 해 전까지도 인근 지역에서 인문고교 진학에 실패한 학생들이 선택하는 후기 학교였다.
정원이 5백32명이나 되지만 개교 후 지난 30여년간 수도권 대학에 입학시킨 학생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랬던 이 학교가 올 수능시험에서 고인성군(인문계)이 3백92점으로 도내 최고 성적을 거두고 또 다른 학생이 전북도 예체능계 수석을 차지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특히 영재학급 학생 29명중 16명이 3백30점 이상 고득점을 얻어냈다.
지난해에는 개교 36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대 입학생을 배출하기도 했다.
이 학교의 '반란'은 지난 99년 지병으로 숨진 익성학원 지성양 이사장(당시 69세)이 '지역인재 양성' 유지(遺志)와 함께 1백50억원의 장학기금을 출연하면서 시작됐다.
학교는 이 돈을 기반으로 2000년 30여명 규모의 영재학급을 설치하고 인재 육성에 나섰다.
영재반 학생에게는 3년간 일체의 공납금과 기숙사비를 면제해 줬을 뿐만 아니라 겨울방학 때마다 미국과 호주로 1개월씩 어학연수도 보냈다.
또 1대1 지도와 교과 관련 특기적성 교육도 열성적으로 진행했다.
유윤종 교감(50)은 "처음엔 학생들 사이에 위화감이 조성되지 않을까 우려도 했지만 일반 학생들이 우수 학생의 수업방식을 따라가면서 자연스럽게 면학 분위기가 좋아져 전체적으로 실력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영재학급 운영으로 도내 농촌지역에서 실력은 있지만 돈이 없어 공부할 길을 찾지 못했던 우수 학생들이 몰려들었고 이런 투자의 결과가 지난해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것.
최인호 교장은 "학생들이 대부분 도시로 빠져나가면서 수많은 농촌학교가 폐교에 직면한 현실에서 고무적인 현상"이라며 "우리 학교의 교육시스템이 침체된 농촌교육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익산=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