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연고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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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연 지연 학연으로 얽힌 '연고주의'는 선거철이나 인사가 있을 때면 으레 등장하는 단골단어다.
나라를 온통 뒤집어 놓곤 하는 무슨 무슨 '게이트'니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연고주의에 다름 아니다.
끼리끼리 모여 패거리를 형성하고 '우리가 남이가'하면 금세 동류의식을 느끼는 연고주의야말로 '척결 1호'라고 모두가 목청을 돋우고 있지만 좀처럼 개선되는 기미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엊그제 반부패국민연대 국제투명성기구 한국본부가 공무원 회사원 시민단체회원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6.4%가 부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연고주의를 꼽았다.
원칙과 소신 그리고 능력보다는 인간관계와 인맥을 중시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보는 듯하다.
끌어주고 밀어주는 연고주의는 힘있는 집단의 소속원이나 출세지상주의에 매몰된 엘리트일수록 더욱 집착을 가진다.
사회를 선도해야 할 이들이 연고에 의지하면서 부패와 뇌물의 스캔들을 일으키고 상대적으로 연고관계가 없는 사람들과의 갈등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소위 '마당발'이라고 하는 것은 말이 좋아 폭넓은 인간관계지 뒤집어 보면 연고주의의 또 다른 이름일 뿐이다.
얼마전 청와대가 발표한 상피제(相避制)는 이러한 연고주의의 폐해를 가급적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특정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출신지나 특정지역에서 근무할 수 없도록 하는 상피제를 통해 공직사회의 부패를 막아보겠다는 것인데 그 실현성 여부는 두고 볼 일이다.
국민의 정부 시절에도 국세청 검찰 경찰 등 일부 기관에서 부분적인 상피제를 시행했으나 이러저러한 이유로 유야무야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연고주의는 우리 전통사회의 가치로 평가되는 공동체정신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연고주의와 공동체정신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인데 내부자들끼리 은밀하게 결탁하면서 부작용이 양산되고 있는 것이 문제다.
합리적인 제도와 법을 우선시하는 '열린 공동체'를 지향해 나간다면 연고주의는 오히려 국가발전의 커다란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