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아남반도체 지분을 매입, 경영권 강화에 나섰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달 24일부터 9일동안 아남반도체 주식 2백44만여주(1.97%)를 83억원에 장내 매입했다고 보고했다. 이에 앞서 김 회장은 동부화재에 비상장기업인 실트론 주식 33만주를 1백61억원에 팔았다. 따라서 김 회장이 아남반도체 주식 매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실트론 지분을 처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 회장이 아남반도체 지분을 대폭 늘린 것은 동부그룹의 실제 지분율이 21%대에 불과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다른 계열사의 경우 대주주 보유지분율이 모두 45% 이상에 달하는 반면 아남반도체만 낮은 상태"라며 "아남반도체와 동부전자의 합병을 앞두고 경영권 안정을 위해 김 회장이 지분을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동부그룹의 아남반도체에 대한 지분율(보통주 기준)은 △동부건설 16.14%(2천만주) △동부화재 7.91%(9백80만주) △동부생명 1.13%(1백40만주) 등 모두 25.18%다. 김 회장의 지분을 합칠 경우 27.16%가 된다. 그러나 금융산업구조개선법에 따라 동부화재와 동부생명의 지분(9.04%) 가운데 5%를 초과한 4.04%(5백10만여주)를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정 그룹이 다른 회사를 사실상 지배하는 경우에는 해당 기업집단에 속한 금융회사는 지배받는 회사 지분을 5% 이상 소유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이다. 증권업계에서는 반도체경기의 회복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지분율이 낮은 아남반도체의 경영권을 안정시킬 필요를 느낀 김 회장이 지분확대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잠재적인 매물부담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아남반도체를 동부에 넘기기 전 21.4%의 지분을 갖고 있었던 미국 앰코테크놀로지가 최근 11.6%까지 비중을 축소하면서 아남반도체는 그동안 매물 압박에 시달려 왔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