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테러 불안에 미 달러화 약세가 가세,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국제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금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지난 5일 금값(2004년 2월물 기준)은 전날보다 3달러10센트 오른 온스당 4백7달러30센트를 기록, 지난 96년 2월 이후 약 8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11월 고용지표가 기대에 못미치면서 달러가치가 3년 만에 최저 수준인 달러당 1백7엔대로 급락, 금값 급등을 유도했다. 달러가치는 유로에 대해서도 1.2169달러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역사적으로 금값은 미 달러화와 80%의 높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며 "올들어 달러가치가 유로 대비 15% 하락하는 동안 금값은 그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15% 이상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실제 최근 금값은 과거와 달리 외환시장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지난 상반기 이라크전쟁 당시만 해도 '지정학적 불확실성'이라는 전통적 매수 요인에 따라 금값이 움직이는 경향이 강했지만, 이후에는 달러 약세라는 변수가 보다 높은 상관성을 보여주고 있다. 대체 수단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자산의 일부를 달러 대신 금으로 보유하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미국의 무역수지 및 재정적자 문제로 달러 약세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하면 금값 상승은 어쩔 수 없는 대세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르수라 오세르 크레딧스위스퍼스트보스턴 리서치담당 부사장은 "현재 금값은 온스당 4백11달러에서 제1차 심리적 저항선을 형성하고 있지만 이 역시 곧 깨질 것이 분명하다"며 "금값 상승 요인이 너무 많아 그 끝을 가늠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