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흔들리는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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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과 관련한 불미스러운 소식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온다.
신용카드 불법발급에서 부정 인사청탁,민간인 폭행 및 성추행에 이르기까지 명예를 목숨처럼 여겨야 할 군인이라면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사건.사고들이 연일 터지고 있다.
국방부 획득정책관을 지낸 이모씨(57.예비역 소장)는 군 무기 납품과정에서 뇌물을 주고 받은 혐의로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의해 무기중개상 정모씨(49)와 함께 지난 6일 긴급 체포됐다.
공군은 지난 5일 모부대 소속 인사참모 장교가 불법 발급받은 카드를 이용해 현금을 인출해 잠적함에 따라 수배했다고 발표했다.
이 장교는 부대장 위임장을 위조해 경남 진주 소재 카드사 5곳에서 발급받은 부대명의의 법인카드 26매를 카드할인업자에 맡기고 18억4천만원을 찾아 사라졌다.
인사청탁 관련 사기극에 휘말린 고급 장교의 얘기도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지난 2일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국군기무사령부의 한 장교는 진급 청탁을 하는 과정에서 한 여성에게 철저히 농락 당했다.
그는 평소 자주 찾던 음식점의 여주인이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모 대기업 회장의 수양딸이라는 말에 속아 지난 2001년부터 30여 차례에 걸쳐 3억1천여만원을 갖다 바쳤다.
지난달 28일 밤에는 육군 모부대 소속 장교와 하사관이 만취한 상태에서 거리를 걷던 20대 여성을 성추행하고 이를 말리던 피해자의 동료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출동한 경찰에 의해 파출소로 연행된 뒤에도 경찰관을 폭행하고 의자를 집어던지는 등 난동을 부린 혐의도 받고 있다.
이라크 추가파병 문제 등으로 나라 전체가 어수선한 요즘 그 어느때보다 중심을 잡고 있어야 할 군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
과거 군 수뇌부는 장사병들의 비리나 사고에 대해 "가지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식으로 대응하기 일 쑤 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치권은 북새통이고,경제는 바닥을 헤맨지 오래이며,청년실업과 노사갈등 등으로 온 나라가 뒤숭숭한 터에 군의 기강마저 흔들리는 것으로 비쳐진다면 국민은 더욱 절망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수찬 사회부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