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9일자) 사모펀드로 금융주권 지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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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굵직한 금융회사들이 잇달아 외국자본에 넘어가자 금융주권을 지키기 위해 사모펀드를 활성화시키기로 한 것은 진일보한 정책임에 틀림없다.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을 막다보니 공적자금 투입 금융회사가 모조리 외국계에,그것도 헐값에 팔려 나가는 것을 더이상 방치해선 안되겠다는 뒤늦은 자각이기도 하다.
물론 사모펀드가 활성화 돼 경영권 인수시장에 본격 뛰어들 경우 부작용이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각 기업들은 경영권 방어에 급급한 나머지 단기적인 주가관리 위주의 소극적인 경영에 나설 수밖에 없어 중장기적 투자가 더욱 위축되는 부작용이 초래될 게 분명하다.
특히 1백억원만 투자하면 경영권을 인수할 수 있는 상장사가 전체의 35%나 된다는 분석이고 보면 상당수 기업들이 M&A에 휘말리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부작용은 외국계 사모펀드가 국내 경영권 시장에 진출한지가 이미 오래라는 점에서 국내 사모펀드의 진출만 막는다고 해결될 문제는 결코 아니다.
오히려 국내 대항세력을 만들어 줌으로써 경영권 인수비용을 높여 경영권 방어를 용이하게 해주는 측면도 있다.
문제는 외국계와 맞설 수 있는 대형 사모펀드가 실제로 출현할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특히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을 가로막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금융이나 한투 대투를 인수할 만한 주체가 나타날 수 있을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정부에서는 자금여력이 있는 연기금을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나 이는 또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연기금을 리스크가 가장 높은 M&A 시장으로 내모는 것도 그렇고 연기금이 지배하는 금융회사가 과연 경영효율을 높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결국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연기금을 부실위험으로 내모는 것에 다름 아니다.
외국계 사모펀드에는 투자자를 불문에 부치면서 국내자본에는 이를 제한하는 역차별을 시정하지 않는 한 금융주권 회복은 요원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