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물갈이'와 정치개혁,국회의원 체포동의안 처리... 이런 정치현안이 제기될 때마다 소속 정당에 관계없이 중진정치인과 소장.개혁파의원들로 갈려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민감한 정치사안은 자신들의 정치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일부 중진의원들이 불을 댕긴 '불출마선언'은 다른 중진 의원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고,동료의원의 체포동의안 처리에 대해선 겉으로는 처리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꽁무니를 빼고 있다. 정치개혁이라는 대세 앞에선 "그렇게 해야 한다"고 큰 소리치면서도 개개인의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분주하다. 유권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보다는 자신의 자리보전에 연연하는 것이 우리 정치현실이다. 과반정당인 한나라당 내에서 '공천 물갈이' 논란이 본격화되고 있다. 양정규 의원이 8일 내년 총선 지역구 불출마를 선언한데 이어 유흥수 주진우 김찬우 의원 등이 불출마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중진들의 '용퇴'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선 일방적인 물갈이 방침엔 수용할 수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어 향후 당 지도부와의 조율 여부가 주목된다. 강재섭 김기배 김덕룡 김용갑 박희태 의원 등 중진의원 47명은 이날 '국민과 당원에게 드리는 말씀'이란 보도자료를 통해 "한나라당이 사는 길이라면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백의종군하는 자세로 앞장설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더 나아가 "재창당의 각오로 당명을 포함한 당의 모든 부분을 개혁해야 할 것"이라며 △원내정당화 실현 △지구당폐지 등을 촉구했다. 이 같은 중진들의 움직임은 '보수 대변화'와 '혁명적인 물갈이'를 주장하고 있는 최병렬 대표의 개혁의지에 상당한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 중진은 당 일각에서 제기된 영남권 50% 물갈이설 등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면서 지도부와 소장파를 싸잡아 비판,'밀어내기식' 물갈이는 수용할 수 없다며 강력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청원 전 대표는 "물갈이에 공감하나 사당화 우려가 있다"며 최 대표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중진의원은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의원들 대부분은 '밀려서 나가지는 않겠다'는 강경론을 보이고 있다"며 "그러나 용퇴할 분위기만 조성되면 내년 1∼2월께 은퇴할 의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중진들의 잇단 '불출마 선언'으로 정치권 물갈이론이 확산조짐을 보이면서 민주당과 열린우리당도 긴장 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형배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