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관객 2천만명을 동원해 일본 실사영화중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춤추는 대수사선2'가 12일 개봉된다. 이 영화는 지난 7월 일본에서 개봉된 후 8주동안 박스오피스1위를 차지했고 넉달간 흥행톱 10에 올랐다. 모로히로 가쓰유키 감독이 1편에 이어 연출한 이 영화는 액션과 로맨스,추리와 유머가 속도감 있게 전개되면서 시종 관객들의 눈길을 붙든다. 영화는 완간경찰서 관할구역에서 회사 중역들이 연쇄피살되자 본청에서 수사요원들을 파견해 특별수사본부가 설치되면서 시작된다. 완간서 형사들은 그들의 지시를 받아 차 심부름이나 탐문수사를 진행한다. 수사권을 둘러싸고 본점(경시청)과 지점(관할 완간경찰서) 직원들 간의 헤게모니 쟁탈전이 가열되고 경찰조직의 비효율성에 관한 논쟁이 수면위로 부상한다. 일본 관객들이 이 영화에 열광한 이유는 '영화적 재미' 외에도 90년대 이후 일본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의 원인으로 지목된 연공서열형의 경직된 조직문화에 대해 엄중한 경고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수사본부를 지휘하는 오키다(마야미키)는 전형적인 일본식 리더다. 부하직원들에게 임무를 맡기되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받아 오키다 자신이 최종 명령을 내리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현장에 파견된 형사들은 오키다의 명령을 기다리다 범인을 놓치고 만다. "경찰의 수직조직으로는 범인의 수평조직을 결코 이길수 없어"란 대사가 주제를 잘 보여준다. 범죄단은 경찰과 달리 구성원들이 각자 판단해 행동하는 수평조직으로 설정돼 있다. 기술혁신의 시대에 세계시장에서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수평조직이 절실하다는 경제계의 화두를 반영한 대목이다. 수평조직이란 상층부의 권력을 빼앗아 하층부로 이양하는 조직이 아니라 하부조직의 권력을 확대해 조직 전체의 권력 총량을 키우는 것이다. 오키다의 후임 무로이(야나기바 도시로)가 이런 의미를 파악하고 실천하는 리더다. 그는 "직무와 계급을 잊고 보고 없이 범인을 각자 판단에 따라 체포하라" 하고 말한다. 순간 일선 형사들은 사건에 관계된 사실을 저마다 털어놓고 정보를 공유하며 이를 토대로 유연하고 합리적인 대응책을 마련한다. 사건해결중 탄생한 두 형사 커플에 대한 묘사는 웃음을 머금게 한다. 주인공 남성들은 업무에 대한 열정과 숙련도는 대단하지만 여성을 다루는 솜씨나 연애기술에선 젬병이다. 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