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노사관계가 하루 빨리 환골탈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소모적이고 투쟁적인 모습을 바꾸지 않고는 국경 없는 무한경쟁시대에서 더 이상 승산이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노사가 서로 힘을 모아도 경쟁국 기업들을 따돌리기에 힘이 겨운 판에 기업들은 정작 내부갈등을 해결하는 데 힘을 쏟아붓는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노사 대립은 더 이상 개별기업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국가 경제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는 주요 변수가 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일련의 외국인 CEO(최고경영자)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나듯이 대결적인 노사관계가 국가경쟁력의 큰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외국 투자자들은 전투적이고 투쟁적인 노조를 외자유치의 가장 큰 장애로 꼽고 있을 정도다. 친노(親勞)성향을 보인 참여정부가 출범한 올해에는 노동계의 기대심리가 높아지며 노사관계가 더욱 악화된 모습을 보였다. '밀어붙이면 통한다'는 집단이기주의적 힘의 논리가 득세하며 산업현장을 초토화시켰다. 철도노조 화물연대 조흥은행노조 현대자동차노조 등 대규모 파업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경제의 숨통을 조여왔다. 최근엔 정부의 '노사관계 로드맵' 최종안에 대해 노사 모두 강력히 반발하는 등 연중 파업이 벌어지고 있다. 경쟁국인 일본은 우리와의 기술력 격차를 더욱 넓히는데 주력하고 있고,중국은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기술첨단화로 우리를 압박하고 있지만 우리 기업들은 노사가 서로를 비난하기에 여념이 없다. 이런 대립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노사 모두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기업이 살아야 근로자가 살고, 근로자가 대접받아야 기업 경쟁력도 향상된다는 '상생'의 원리가 정착되어야 한다. 사실 자본과 토지 노동 등 물적 자산이 지배하던 시대에나 통했던 정치적이고 투쟁적 노동운동은 이제 설 땅을 잃고 있다. 노조가 투쟁의 깃발을 높이 세울수록 기업의 생존 능력은 그 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지식산업을 바탕으로 한 디지털 시대에선 개개인의 역량이 기업의 생존 여부를 결정한다. 세계화 시대에는 신뢰에 바탕을 둔 신노사관계가 더욱 절실하다. 상생의 노사관계는 생존을 위한 필수조건이다. 미국이나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의 우량기업에선 오래 전에 대립적 관계를 청산하고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이들 기업은 상생의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높이면서 세계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휴렛팩커드, AT&T, IBM, 노키아, 도요타 등 세계의 내로라하는 초우량기업 치고 노사가 대립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럴 시간과 여유가 없다. 어떻게 하면 생산성을 높여 더 많은 물건을 팔고, 더 많은 인센티브를 챙길 것이냐가 경영자와 근로자의 관심거리다. 노사 전문가인 쿠크는 "노사가 대립할 때는 파이가 경영자만의 책임과 노력으로 구워지지만 협력적일 때는 노사가 책임을 어느 정도 분담하기 때문에 질 좋은 고급 파이를 더 많이 구울 수 있다"고 간파했다. 대립적이고 소모적인 한국의 노사관계는 지금 시대환경에 맞는 일대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노동조합은 지금까지의 투쟁지향의 강성노동운동에서 탈피,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회사측도 근로자를 공동운명체의 동반자로 인식해야 한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노사관계의 패러다임은 무엇인지, 우리 근로자와 기업이 경쟁력을 갖고 안정된 삶과 번영을 함께 누려갈 방법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