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시작과 끝 ..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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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bbq.co.kr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와 화려한 조명이 한해의 끝자락에 왔음을 실감케 한다.
꽉 짜여진 연말 일정 때문에 한해를 돌아볼 겨를도 없이 새해를 맞아야 할 것 같다.
"올 한해는 이러이러 했습니다"라고 직원들로부터 보고를 받겠지만,나만의 1년은 좀 더 지나서 한꺼번에 열어 보아야 할 과제로 남게 되었다.
지난 11월은 축복받은 한달이었다.
외식업계 비수기인데다 경기도 나빴지만 사상 최고의 매출을 기록했다.
노력 끝에 선보인 새 제품이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상승세는 내년까지 이어갈 것으로 예상돼 기분 좋은 새해를 맞을 것 같다.
이런 성과에 대해 직원들에게 격려와 감사의 마음을 보내고 동시에 12월의 의미에 대해 말해 주었다.
한해를 마감하는 때라 생각하지 말고 내년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삼으라고….
사실 그랬다.
지난 95년 치킨브랜드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 이후 4년만에 업계 정상의 위치에 올랐고,지금까지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적극적인 투자와 한 발 앞선 마케팅 전략이 우리 회사를 강하게 했다.
하지만 사업에 있어 '기우(杞憂)'란 있을 수 없음을 말해주는 일이 있었다.
어느 경쟁사 제품이 지방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말을 듣고 조사를 지시한 적이 있었는데,그다지 위협이 되지 못한다는 보고를 받았다.
미심쩍었지만 눈앞에 놓인 다른 일도 많았기 때문에 조금 더 있다가 다시 알아봐야겠다며 덮어 두었다.
불과 2년 전의 일이다.
그 회사는 급기야 서울로 상경,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우리에게도 위협이 됐다.
정상의 자리가 우리를 방만하게 만든 결과였다.
다시 신발끈을 조여맨 우리는 조직개편을 시작으로 다시 뛰기 시작하면서 멀찌감치 달아날 수 있었다.
오랜만에 등장한 경쟁자 덕분에 최고의 성과를 얻을 수 있었다지만,이건 어디까지나 결과론적인 해석이다.
대처가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을 지도 모른다.
그림자의 길이가 가장 길 때는 해가 뜰 때와 질 때다.
해가 뜰 때 길게 늘어나는 그림자는 미래의 꿈과 희망의 크기이며,해가 질 때 동쪽으로 늘어나는 건 성숙한 인간이 남긴 인생의 발자취라고 한다.
그림자의 길이를 처음과 끝이 같게 만드는 일,처음의 각오대로 목표를 이루어내는 일은 그림자가 없어지는 해가 중천(中天)에 떠 있을 때 어떻게 사느냐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