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일할 나이인 박모씨(34)는 이달로 실업자 신세 4개월째다.


그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것은 지난 8월 말.


능력 부족 때문이 아니었다.


주식투자로 진 은행빚과 카드빚을 갚지 못해 결국 신용불량자로 등록됐다.


월급에 가압류가 들어왔으나 그래도 견딜만 했다.


문제는 채권추심원들이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하거나 회사에 찾아와 빚 독촉을 해댄다는 점.


업무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사무실에서 빚 독촉을 받는 일이 빈번해지자 주위의 시선이 점차 싸늘해졌다.


결국 직장 상사에게서 "사생활이 왜 그러냐"는 면박을 여러 차례 당한 끝에 회사를 그만두기로 했다.



재기를 다짐한 박씨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신용회복위원회였다.


우선 채무조정을 받아 신용불량자에서 해제돼 빚독촉에서 벗어나야만 정상적인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웬걸.


며칠을 기다린 끝에 상담에 성공한 박씨에게 통보된 결과는 '비적격자'였다.


소득이 없어 채무조정 대상이 안된다는 것이었다.


신용회복위원회와 상담한 사람 중에는 박씨와 같은 사람이 의외로 많다.


신용회복위원회에 지난 10월21일까지 상담을 한 신용불량자 18만5백1명중 38.7%인 6만9천7백85명이 '소득 부족'으로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신용회복위원회가 '신용불량자 취업안내센터'를 설치해 운영에 들어간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일정 소득이 없거나 소득이 있더라도 부족한 신용불량자에게 적절한 부업을 알선하거나 직업을 소개함으로써 빚을 갚아 나갈만한 소득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취업과 동시에 기존 채무의 변제가 가능토록 채무조정을 연계한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과연 신용불량자를 채용하려는 기업이 많이 나오겠느냐 여부다.


신용회복위원회에서는 이에 대해 정부 관련 기관들의 적극적인 지원만 있으면 의외로 성공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위원회는 이를 위해 △인터넷 구직사이트와 실시간으로 연결하고 △중소기협중앙회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 등 각종 직능단체를 통한 구인업체 발굴에 주력하며 △노동부 전국은행연합회 및 채권금융기관과 협조체제를 구축해 가능한 한 많은 일자리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취업안내센터를 이용하려는 사람은 서울 중구 명동에 있는 신용회복위원회 취업센터를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02-6362-0230번) 및 팩스(02-6362-0250)를 이용하면 된다.


인터넷을 이용한 구직은 내년 초부터 가능할 전망이다.


신용회복위원회와 별개로 국민은행도 내년 초부터 자체적으로 신용불량자를 대상으로 하는 취업안내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신용불량자를 거래 중소기업에 소개해 신불자를 줄이고 중소기업의 구인난도 해소한다는 것이 국민은행의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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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회복 상담받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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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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