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등 17개 업체들은 지난 6월25일 홈네트워크 표준을 만들기 위해 손을 잡았다고 발표했다. 이 분야에서 국제표준을 선점,세계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선언이었다. 불과 2주 후 롄상을 비롯 TCL 콩카 등 중국을 대표하는 5개 정보기술(IT)및 가전업체들은 독자적으로 홈네트워크 표준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신식산업부(정보통신부)도 중국기업들의 이런 움직임에 즉각 지원의사를 밝혔다.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이처럼 기술표준이란 신 무역장벽을 쌓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기술표준이 중국시장 진입을 위한 '신 통행증'이 되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개방 일정에 맞춰 투자제한 등 기존 무역장벽도 순차적으로 허물고 있다. WTO 가입 2년을 맞는 중국의 양면인 것이다. ◆올라가는 기술표준 장벽='2003년은 중국 표준의 해'. 중국과학원이 발간하는 '인터넷주간' 최신호는 "중국이 독자적으로 제정했거나 추진 중인 기술표준이 러시를 이뤘다"며 이같이 표현했다. 최근 국가표준으로 승인된 EVD(Enhanced Versatile Disc)가 대표적 예다. EVD는 DVD(디지털비디오디스크)의 동영상압축 표준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로 채택여부가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중국 내 DVD 표준으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중국 전자업계는 이를 통해 로열티를 연간 20억달러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이달 초 국가표준으로 고시한 무선인터넷 데이터 암호화기술도 외국업체들로선 새로운 무역장벽이다. 중국은 올 들어 시험방송을 개시한 디지털TV에 대해서도 내년 중 독자표준을 내놓을 예정이다. 3세대 이동통신에서도 TD-SCDMA라는 독자표준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 표준 개발에 참여하는 중국 기업에 지난 4개월간 21억위안(3천1백50억원)을 지원했다. 중국의 기술표준 제정 러시는 "독자적 기술표준이 없으면 경제발전의 안정성이 떨어진다"(양위엔칭 롄샹 총재)는 인식에 기인한다. "전세계 1만6천개 국제표준 중 중국이 참여하고 있는 표준의 비중은 0.2%도 안된다"(인터넷주간)는 위기감의 반영이다. WTO 가입으로 '표준=시장'이란 등식을 깨우치기 시작한 셈이다. ◆내려가는 투자 및 관세 장벽=WTO 가입 이후 중국 내 투자제한 완화 영역은 제조업에서 서비스 금융 등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최근 중국이 자동차할부금융업을 개방한 것이나 이달 초 독일의 TUI그룹이 베이징에 외국자본이 경영권을 갖는 첫 여행사를 세운 것이 이를 말해준다. 금융 및 자본시장의 개방폭도 일정에 따라 확대되고 있다. 이달부터 상하이 등 13개 도시에서 외국계 은행이 중국 기업을 상대로 인민폐 영업을 시작했다. 내국인 전용 A증시도 올 들어 개방돼 현재 노무라증권 등 10개 역외기관투자가가 중국증시에 투자하고 있다. 관세율도 WTO 가입 당시인 2001년 평균 15.3%에서 올해 11.5%로 낮춰졌고 내년엔 10%대로 인하될 전망이다. 수파차이 파닛차팍 WTO 사무총장은 "지난해 세계 5위 교역국인 중국이 올해 3위로 껑충 뛸 수도 있다"며 "수입은 이미 미국 독일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