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9일 4년여만에 처음으로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한때 10,000선을 돌파했던 다우지수가 하락세로 급반전하는 등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일제히 떨어졌다. ◆인플레 경고로 금리인상 가능성 시사=FRB는 이날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발표한 성명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인플레 하락(디플레) 위험성이 최근 몇개월간 줄어 들면서 인플레 상승 위험과 거의 같아졌다(almost equal)"고 밝혔다. FRB는 이날 연 1%인 단기금리를 그대로 두었지만 지금까지 디플레 위험성에 무게를 둬왔던 것에 비하면 금리정책을 인하기조에서 인상기조로 전환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FRB가 금리인상을 시사한 것은 90년대 말 신경제붐 이후 처음이다. FRB는 성명에서 "현재 인플레율이 낮아 금융완화 정책이 상당 기간(considerable period)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며 '상당 기간'이라는 용어를 계속 사용했다. 하지만 "생산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으며 노동시장도 완만하게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금리인상을 준비하고 있다는 관측을 확산시켰다. 지난 회의(10월28일) 때 나온 성명에서는 생산증가 표현은 아예 없었으며 노동시장에 대해서도 '완만한 개선'이 아닌 '안정되고 있다'는 평가에 그쳤었다. 2개월 사이에 FRB의 경제평가가 상당히 밝아진 것이다. ◆엇갈리는 금리인상 예상시기=FRB의 금리인상 가능성 시사로 미국증시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FRB의 발표 직전 장중 한때 10,003.12까지 상승,1년7개월만에 다시 10,000선을 회복했던 다우지수는 결국 전날보다 41.85포인트(0.4%) 떨어진 9,923.42로 마감됐다. 나스닥과 S&P500지수도 각각 2.1% 및 0.85% 빠졌다. 그러나 실제 인상시기에 대한 예상은 내년 초에서부터 내후년까지로 크게 엇갈리고 있다. CBS마켓워치의 어윈 켈너 수석이코노미스트는 "FRB가 인플레와 디플레 위험의 균형을 지적함으로써 금리인상의 첫걸음이 시작됐다"며 이르면 내년 1분기 말께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조사업체인 이코노미 닷컴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마크 잰디는 내년 중반,리먼 브러더스증권의 드루 매터스 이코노미스트는 오는 2005년은 돼야 FRB가 금리를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이정훈 기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