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을 1백20여일 앞두고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정국 주도권이 수시로 여야를 넘나드는 '럭비공' 양상을 띠면서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당초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가 터질 때만 해도 한나라당이 주도권을 잡는 듯했으나 곧바로 노 대통령이 재신임카드를 꺼내들면서 무게추가 청와대로 이동했다. 특검법이 통과되면서 다시 야당이 잡았던 주도권이 기업 불법 대선자금 문제로 여권으로 넘어가는 모양새다. 두 달 사이에 주도권이 무려 네 번이나 왔다갔다한 셈이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은 10일 한나라당이 기업들로부터 불법대선자금 수백억원을 받은 것에 대해 "차떼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총공세를 펼치며 주도권 장악에 나섰다. ◆한나라당 공격엔 한목소리,각론엔 이견=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모처럼 한나라당 공격에 한목소리를 냈지만 각론에선 입장차를 드러냈다. 민주당이 한나라당에 대한 공격과 함께 검찰수사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특검 추진 가능성을 열어놓는 등 노 대통령측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조순형 민주당 대표는 "서민의 입장에서 불법대선자금 1백50억원이 트럭으로 한꺼번에 오갔다는 '차떼기'에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특히 기본권 옹호와 정의구현을 사명으로 하는 법조인이 트럭을 운전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조 대표는 "검찰이 편파 시비가 제기되지 않도록 패자는 물론 승자에 대해서도 똑같은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했고,강운태 총장은 "수사가 미흡할 경우 특검법을 낼 것"이라고 노무현 후보 캠프를 겨냥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은 지하주차장과 고속도로를 오가며 대기업으로부터 불법대선자금을 강탈한 부패집단"이라며 "한나라당은 당을 해체하고 이회창씨는 고해성사를 통해 불법대선자금의 전모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박양수 총괄기획단장은 "조직폭력배,특수강도,마피아도 '차떼기' 수법은 동원하지 않는다"며 "기네스북을 다시 써야 한다"고 공격했다. ◆전망=여권은 일단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판단인 듯하나 지난 대선 당시 노 후보 캠프에 대한 수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고 폭발성이 큰 측근비리 특검수사가 기다리고 있다는 점에서 정국주도권의 향배를 예단키 어렵다. 특검수사에서 새로운 비리가 돌출될 경우 정국상황은 급반전될 수 있다. 여기에 불법대선자금 파문에 따른 한나라당의 분열 가능성과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재통합 여부도 내년 총선 성패를 결정하는 중대한 변수로 남아 있다. 이재창·박해영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