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첫눈이 내린 지난 8일 새벽 4시께.


'청년실업자' 이모씨(27)는 서울 신림동 사거리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바람을 맞으며 드럼통 화톳불에 둘러선 사람들 사이로 이씨는 언 몸을 밀어 넣었다.


이씨가 '새벽 인력시장'에 얼굴을 보인 것은 이날로 20일째.


그동안 공친 날이 훨씬 많았지만 그래도 노는 것보다는 나았다.


이씨가 대학을 졸업한 것은 지난 봄.


취업이 안돼 신용카드로 '연명'하다가 결국은 신용불량자로 등록됐다.


첫눈을 보며 감상에 젖을 법도 한 나이인 이씨의 소망은 오로지 한 가지였다.


'일자리를 달라.'



◆ 20,30대가 문제다 =지난 10월말 현재 신용불량자는 3백59만6천여명.


작년 말보다 96만여명(36.4%) 늘었다.


가장 두드러진 증가세를 보인 연령층은 20대와 30대.


20대 신용불량자는 10개월 사이에 22만여명(45.3%)이나 불었다.


30대도 32만2천여명(42.4%) 증가했다.


이에 따라 전체 신용불량자에서 20대와 30대가 차지하는 비중도 작년말 각각 18.5%와 28.8%에서 19.7%, 30.1%로 높아졌다.


신용불량자 10명중 5명은 한창 일할 나이인 20,30대인 셈이다.


이들 20,30대는 경기, 즉 일자리에 민감하다.


외환위기 직후인 지난 98년 말 실업률은 8.6%.


경기가 회복되면서 2000년 말에는 4.2%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20대 신용불량자는 17.1% 줄었다.


30대도 4.1% 감소했다.



◆ 결국은 일자리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신용불량자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책은 뭐니뭐니해도 경기 회복이다.


경기가 회복돼 투자가 활성화되면 일자리가 늘어나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신용불량자도 줄어들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한다.


"원리금 탕감 등은 일시적 처방은 될 수 있지만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구조를 방치하는 한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위경우 숙명여대 교수)"는 것.


노무현 대통령도 "신용불량자 문제를 하루 아침에 해결하려면 오히려 사고가 난다.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해결할 생각이다"(11월 19일 한국청년회의소 임원진 간담회에서)라며 장기적 관점의 해결을 강조했다.


그 해결 방안은 다름아닌 일자리 찾아주기다.



◆ 지원책 마련도 고려해야 =구체적 실천방안으로는 구인난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에 신용불량자의 채용을 알선하는 방법을 고려할 만하다.


그러나 문제가 간단치 않다.


"신용불량자를 채용했다가 혹시 금전사고라도 날까봐 애를 태우느니 구하긴 어려워도 신용불량자가 아닌 사람을 쓰겠다"(자영업자 조태민씨ㆍ49)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러다 보니 신용불량자가 일자리를 얻기는 하늘의 별따기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나온 대안이 신용불량자를 채용하는 기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다.


한나라당은 신용불량자를 채용하는 중소기업에 대해선 법인세 감면 등 세제혜택을 주거나 채용장려금을 지급하자는 안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개인 빚을 정부가 대신 갚아 주는 셈이라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하지만 신용불량자의 문제가 거시경제 전반에 짐이 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적어도 경기가 살아날 때까지만이라도 정부가 적극 나서 신용불량자에게 일자리를 찾아줘야 한다는 얘기다.



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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