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의 교통전산시스템과 행정자치부의 주민등록전산망의 잇딴 장애와 마비사태가 일어남에 따라 국가전산망에 대한 대대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주민등록이나 교통관련 민원업무가 한때 중단됨에 따라 민원인들의 피해가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전산사고에 대해 해당부처는 물론 장비 또는 시스템구축 업체마저 미봉책으로 일관해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전산사고 원인=10일 오전 발생한 행정자치부의 주민등록전산망 프로그램 문제는 전산장비 관리업무를 맡은 삼성SDS가 저지른 '인재(人災)'였다. 전국 자치단체 주민등록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하면서 3백개의 파일을 동사무소에 보내는 과정에서 시스템엔지니어가 2개 파일의 경로명을 잘못 지정한 데 따라 오류가 발생했다. 삼성SDS는 곧 경로를 바로잡아 40분만에 정상 가동시켰다. 지난 7일 장애를 일으켜 사흘만에 정상 복구된 경찰청의 교통전산시스템도 IBM이 공급한 스토리지(저장장치)가 전원의 점멸과정에서 고장을 일으킨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IBM측은 홍콩에서 부품을 조달하고 일본에서 전문가를 데려와 시스템을 정상화시켰지만 전산장비의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경찰청도 무정전 전원장치(UPS) 등 전원공급장치에 이상이 있다고 보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허술한 관리체계=한국IBM과 삼성SDS는 전산장비나 시스템의 문제가 아닌 전원공급장치 또는 엔지니어의 실수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다. 행자부 역시 프로그램 공급업체들이 저지른 단순 실수로 치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러나 이번 사고의 근본원인을 저가발주로 상징되는 정부 전산프로젝트와 허술한 정부전산망 관리에서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사고 이후 보여준 정부의 대응은 제대로된 복구 시스템 조차 갖추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시스템통합(SI) 업계 관계자는 "프로그램 업그레이드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은 사전에 업그레이드에 따른 테스트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경찰청 전산시스템의 경우 고장난 컴퓨터 부품을 제대로 조달하지 못해 복구가 늦어진 것도 복구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경찰청 교통전산시스템의 경우 1∼9차에 걸쳐 SI 업체를 달리하면서 산만하게 구축된 것도 사태발생의 배경"이라고 말했다. 최명수 기자 m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