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장ㆍFTAㆍ새만금 등 잇단 표류] 국책과제 올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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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북 부안군으로 결정했던 원전센터(핵 폐기장) 부지를 사실상 백지화, 최장기 미제(未濟) 국책 사업으로 표류해온 핵폐기장 선정 작업이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노사 교육 통상 농업개방 등에 이어 또 하나의 주요 국책현안이 이해당사자들의 집단 반발에 떠밀리면서 줄줄이 '원점 회귀'하는 국정 난맥상이 되풀이된 것.
원전센터와 새만금 간척지 등 대형 국책사업의 표류와 한ㆍ칠레 FTA(자유무역협정)비준안 연기, 친노(親勞)성향으로 급선회한 노사개혁 로드맵 등 정책 혼선으로 인해 가뜩이나 내수ㆍ투자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경제가 '방향타 상실'이라는 복합중증으로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 '부안카드' 포기하나
지난 1980년대 중반부터 20여년 동안 추진과 포기를 되풀이해 온 핵폐기장 선정 문제는 주민들의 의견 수렴 없이 정부가 의욕만 앞세워 실패로 돌아간 경우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이번 방침이 부안군 반대측 주민들에게 압박이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80% 이상의 주민이 반대 의사를 나타내고 있는 여건에서 오히려 정부가 부안군에서 발을 빼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부는 지자체들의 유치 경쟁을 통한 협상력 강화를 노리고 있지만,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유치 공모에 나선 지난 2000년 이후 부안군을 제외하고 어떤 지자체도 공식적으로 신청접수를 하지 않았던게 사실이다.
◆ 줄줄이 표류하는 국책사업
국가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국책사업이 표류하는 것은 핵폐기장 문제만이 아니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사패산 터널 구간과 경부고속철도 천성산∼금정산 노선 건설이 정부의 강력 추진 방침에도 불구하고 환경단체 등의 반발로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13년째 중단과 재개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91년 11월 착공된 이후 13년 동안 1조6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때까지 별 논란이 없다가 방조제 물막이 공사가 92% 완료된 시점에 중단 시비가 벌어지고 있는 것은 양측간 논리의 옳고 그름을 떠나 심각한 국력 낭비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눈치 보기' 경제정책
이해 당사자 '눈치 보기'에 급급한 정부의 중간자적인 입장은 이같은 대형 국책 사업의 끝없는 표류는 물론 주요 경제정책 집행과 각종 규제완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한ㆍ칠레 FTA 비준안 처리.
내년 총선 농민표를 의식한 국회의 머뭇거림 속에 비준안 처리가 6개월째 계류중이며 그 사이 FTA 발효 건수 하나 없는 우리나라는 '통상 외톨이'로 전락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노사로드맵도 기업과 노조쪽을 오락가락한 끝에 노동계의 거센 압력에 밀려 '친노(親勞)'로 회귀, 기업측의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키며 논란을 가열시키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중간자적 입장에서 펴는 정책이 오히려 사회적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며 "정부의 명확한 상황판단과 비전 제시,일관성 있는 정책추진력이 결여된 지금 상태에서 내년 이후 경제는 더욱 비관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