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브리티시 에어웨이의 로드 에딩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임원회의에서 "영국 제국이 멸망한 것은 조직의 혈관이 막히고 사고 방식이 굳어버렸기 때문"이라면서 "글로벌경제 시대에 살아 남으려면 회사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현지 조직을 만들어 조직을 유연하게 관리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쟁시대를 맞아 기업 경영에서 현지화 전략의 필요성을 지적한 것이다. 올들어 세계적인 초우량 기업들은 급변하는 경영환경 변화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비즈니스 기능에 대한 운영 및 통제를 해외로 옮겨 현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IBM은 최근 싱가포르에 직원 1천명 규모의 지역본부를 설치, 아시아지역의 성장 전략을 직접 주관하도록 했다. 해외시장을 파고들려면 현지에서 정보를 취합하고, 경영 전략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도 '2004년 세계 대전망'을 통해 "다국적 기업이 경영의 핵심인 회사 운영 및 통제 기능을 본사로부터 현지로 이양하는 3단계 글로벌화 전략을 서두르고 있다"며 글로벌 경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가속화되는 글로벌화 =새해에는 20여년 전 시작된 다국적 기업의 글로벌화가 성숙 단계에 진입, 현지화가 본격화할 것으로 경영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본국에서 제조한 물건을 해외에서 판매하는 형태가 1단계 글로벌화라면, 2단계에서는 판매ㆍ제조 부문을 해외로 넘기되 통제 기능은 본사가 쥐고 있었다. 앞으로 3단계에서는 통제 기능까지 해외로 옮겨 완전한 현지 기업이 된다는 의미다. 2004년 경영의 화두가 될 새로운 글로벌화의 가장 큰 특징은 본사 분산이다. 본사 기능을 현지 기업으로 분산시키거나 아예 제3국으로 본사를 이전하는 형태다. 유엔 무역개발기구(UNCTAD)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주요 8백29개 다국적 기업의 25%가 본사 기능을 개발 도상국으로 옮긴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특징은 다국적 기업의 CEO에 본사 국적과 다른 국가의 기업가들이 대거 등장한다는 점이다. 세계적 화장품 메이커인 로레알의 린세이 오웬 존스나 일본 닛산자동차의 카를로스 곤 사장은 제3국 출신의 CEO들로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연구개발(R&D)을 아웃소싱하는 다국적 기업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GM은 최근 휘발유에 에탄올을 혼합, 사용할 수 있는 신형 엔진 개발 프로젝트를 본사가 아닌 브라질 기업에 맡기기도 했다. 세계적 소프트웨어 업체인 미국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회장은 "인도 방갈로르로 오라클 본부가 이전하는 날도 멀지 않았다"면서 "새로운 단계의 글로벌화 시대에는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 글로벌 경영기업 선정 =일본능률협회컨설팅은 글로벌 경영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한국에서 처음으로 '글로벌 경영대상(Global Excellent Awards)'을 신설, KTF(대표 남중수)을 대상기업으로 선정했다. 최우수기업상에는 동양석판, STX조선, 카스가 뽑혔다. 또 우수사업장으로는 Tyco Safety Products Asia-Pacific Operation, 우수기업상에는 부암테크가 각각 선정됐다. 글로벌 제품상 부문에서는 STX조선의 '47,400DWT 석유화학제품 운반선'이 대상을 받았다. 매일유업의 '매일분유(유아 이유식)'가 베스트제품상을, 퍼스텍의 '비전게이트 2.0'이 제품상을 각각 수상했다. 이번에 경영대상을 받은 KTF는 '신뢰' '경영' '인재' 경영을 바탕으로 지배구조 투명화와 이를 통한 경쟁력 강화로 글로벌 비즈니스 분야에서 성과를 거둬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 회사는 올해 해외부문 매출도 지난해보다 4배 이상 증가했다. 최우수기업상을 수상한 동양석판은 설립 당시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석도강판을 국내 최초로 국산화에 성공, 수입에 의존해온 석도용 원판을 국산 원판으로 대체했다. 1972년 1백만달러 수출을 기록한 후 올해는 7천만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다. STX조선은 1962년 설립된 이후 조선해양 대국으로 발전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한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조선소다. 카스는 전자저울업계에서 국내 시장점유율 70% 이상을 차지해 국내 업계 1위를 자랑하고 있다. < /국제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