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4 11:27
수정2006.04.04 11:29
피터 잭슨 감독의 팬터지영화 "반지의 제왕" 3부작 시리즈는 "탁월한 테크놀로지는 그 자체로 뛰어난 예술"임을 증명한 걸작으로 평가된다.
영화는 JRR 톨킨의 원작 소설에 담긴 작가의 의도를 훼손시키지 않고 매혹적인 환상의 세계를 구현하는데 성공했다.
시리즈의 완결판인 3편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은 1,2편보다 넓고 심원한 영상세계를 보여줄 뿐아니라 주제의식도 선명하다.
3편에선 반지원정대가 '악의 군주' 사우론과 곤도르 왕국에서 최후의 결전을 벌이는 동안 프로도(일라이저 우드)와 샘(숀 어스틴)이 절대 반지를 던져 버리기 위해 운명의 산에 있는 분화구로 기어 오른다.
그리스 신화 오딧세이의 모험을 연상시키는 반지원정대의 여행은 신의와 배신,용기와 비겁,탐욕과 절제 등 인간 내면과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여기에서 인간은 굳은 의지로 선을 지켜내지 못하고 악의 유혹에 끊임없이 굴복하는 나약한 존재로 묘사된다.
영화에서 프로도는 반지를 향한 탐욕을 스스로 이겨내지 못한다.
비겁함과 교활함의 화신인 골룸이 프로도에게서 반지를 빼앗은 뒤 실수로 자멸함으로써 프로도는 가까스로 악행에서 벗어날 뿐이다.
모든 사건의 발단인 반지는 절대권력의 상징이다.
그것은 인간의 손으로 만든 기술의 총화이지만 세상을 파괴하는 불길한 힘을 갖고 있다.
그러나 모든 등장인물들은 '반지의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 때문에 이 작품은 기독교의 창세기보다 비관적인 인간관을 제시하는 또 하나의 신화로 해석될 수 있다.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는 데는 뱀이 개입돼 있지만 이 작품 속 인간(종족)들은 스스로 악에 이끌리고 고통을 자초한다.
그들이 악을 취하지 못하는 것은 정의롭기 때문이 아니라 힘이 부족해서다.
3편에 등장하는 곤도르왕국 전투신은 영화사상 최고의 전투장면 중 하나다.
성곽을 둘러싸고 수십만 대군이 서로 돌조각을 날리며 싸우는 장면은 장관을 연출한다.
익룡처럼 생긴 나즈굴 전령,매머드를 닮은 괴물 올리파운츠가 전장을 초토화하는 대목이 특히 압권이다.
하지만 마지막 10여분간은 중언부언이다.
3시간30분의 러닝타임을 버텨낸 관객들은 지루함을 느낀다.
피터 잭슨 감독이 영화의 성공에 도취된 나머지 막판에 자제심을 잃은 것일까.
17일 개봉,12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