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금리 조기인상론 경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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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지난 9일 저금리 기조를 '상당 기간' 유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물가가 낮은 수준에서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한 것이다.
이게 사실이라면 현재 미국경제는 안정되고 균형잡힌 물가수준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도 투자자들은 경제 팽창으로 인플레가 나타나고,FRB의 정책은 긴축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믿고 있다.
투자자들은 FRB의 발표에도 불구,내년 2분기께부터 FRB의 금리 인상이 시작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현재 우리 앞에 놓인 시장 리스크는 경기 침체로 디플레 가능성이 심각하게 제기되고 채권 금리가 요동을 쳤던 올초에 비하면 대단한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최근의 불안한 금융시장 움직임은 투자자들이 인플레 가능성이나 FRB의 정책 방향에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인플레의 위험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은 경제학자들과 정치인 모두가 체험해왔다.
1960년대 정통 케인스학파는 가격 형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으며,통화주의자들의 반혁명 역시 실패했다.
이에 따라 한가지 통화정책만 가지고 인플레에 완벽히 대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 결과 중앙은행 인사들은 되도록 물가를 낮고,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최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중앙은행과 시장관찰자의 인플레 위험 측정에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시장 관찰자들은 경제 성장률과 물가 오름세를 보고 인플레 가능성을 예측하는 반면,중앙은행은 공급 대비 수요 또는 잠재와 실질생산의 차이에 초점을 맞추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은 자신들의 정책이 인플레 예측이나 실질 향방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행동한다.
지난 10년간 인플레를 예상하는 데 있어 보다 정확했던 것은 투자자들이 아니라 중앙은행이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중앙은행은 물가 목표를 설정하는 주체일 뿐 아니라 경제의 구조적인 변화에 대해 더 잘 이해한 결과다.
투자자들이 중장기 물가상승률을 얼마로 예상하는지는 국채 금리의 움직임으로 알 수 있는데,지난 10년간 줄곧 실제 물가 상승률보다 높았다.
최근 몇년간 투자자들의 예상치는 연간 2.5% 수준이었던 반면 실제 물가상승률은 1%에 머물렀다.
현재 투자자들은 물가하락 기세가 퇴조되고 있어 현 추세가 곧 반전될 것으로 믿고 있다.
최근 1차상품 가격이 오르는 것을 보고,디플레 압박이 사라지면서 물가가 바닥을 찍고 곧 올라갈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최근 10년간 물가는 주기적 움직임을 따르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인플레 가능성을 과대 평가하고 FRB가 성급하게 움직일 것이라는 판단을 근거로 베팅하고 있지만 이런 논리는 틀릴 가능성이 크다.
현재의 낮은 물가 수준을 유지하려는 목적에서,인플레가 시작됐다는 징후가 '진짜로'나타날 때까지,FRB는 투자자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오래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가격 상승 기조가 확실해지면 이들의 대응은 단호할 것이다.
FRB가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해준다면 인플레 우려는 없어지고 물가는 낮게 유지될 것이며 경제와 금융시장 모두 수혜를 입을 것이다.
정리=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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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J P 모건 수석 이코노미스트 존 립스키가 10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인플레를 기억하십니까(Remember Inflation?)'란 칼럼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