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의 교통전산시스템이 사흘 동안이나 제 기능을 못하고 행정자치부의 주민전산망이 다운돼 전국의 주민등록 관련업무가 일시에 중단되는 등 최근 잇따라 발생한 국가 주요 전산망 마비사태는 그 자체로 충격적이다. 미봉책으로 넘어갈 일이 결코 아니다. 국가 전산망은 어떠한 경우라도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져서는 안된다는 것이 기본적인 전제이고 보면 특히 그러하다. 이번 사태가 더욱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지난해 인터넷 대란처럼 무슨 해커의 공격이나 컴퓨터 바이러스와 같은 외부적 요인 때문이 아니라 단순한 관리 소홀 내지 작은 실수로 빚어졌다는 점에서다. 경찰청 교통전산시스템의 경우 일부 장치의 고장도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사고 발생 이전 네트워크 장비에 3시간 이상 전원 공급을 전면 중단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는 분석이 맞다면 그거야말로 전형적인 관리소홀이 아닐 수 없다. 주민등록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발생했다는 행정자치부 주민전산망의 마비도 마찬가지다. 업그레이드 작업을 하기 전에 기초적인 테스트 과정만 충실히 거쳤다면 전국적으로 주민등록 관련업무가 일시에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런 기초적 부실은 앞으로도 유사한 사태가 언제든 재발할 수 있음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게다가 사흘이 지나서야 복구된 경찰청 교통전산시스템에서 보듯 사후적인 기초라고 할 복구시스템 또한 허술하기 짝이 없음이 드러났다. 한마디로 이번 사태는 세계적으로 앞선 첨단 전자정부라든지 정보통신(IT) 강국이란 허울좋은 구호 뒤에 가려진 부실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분명한 것은 전자정부나 IT 강국이 구호로 이뤄질 수 있는 일도 아니지만 하드웨어성 인프라를 많이 깔았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란 점이다. 전산망이 갖춰졌어도 그에 걸맞은 관리 및 복구체계와 인적 훈련은 필수적인 요소다. 그것이 제대로 안돼 사회 전체적인 효율성과 편리성을 위해 도입한 전산망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 불안하대서야 말이 아니다. 이번 사태의 교훈을 여기서 찾아야 한다. 이번 기회에 전산망 저가 발주라든지 시스템통합(SI) 업체의 잦은 변경 등으로 인한 문제는 없었는지,전산망 관리 및 복구시스템상의 미흡한 점은 무엇인지 전과정에 걸쳐 철저한 재점검과 근본적인 대책이 뒤따라야 마땅하다. 그래야만 앞으로는 적어도 인재(人災)에 의한 유사한 사태 재발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